막바지 돌입한 새누리 '혁신'비대위…혁신은 어디에

[the300]계파갈등 속에서 출범한 혁신비대위, 스스로 계파갈등 빠지며 혁신 한계

고석용 기자 l 2016.07.28 17:36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박명재 사무총장과 김영우 비대위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회의에서 각각 대화를 하고 있다. 2016.7.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출범한 새누리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끝으로 사실상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한다. 2달 남짓의 짧은 기간이지만 혁신을 표방하고 나왔던 혁신 비대위가 스스로 계파갈등에 빠지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4·13 총선 패배 이후 기존 지도부의 총 사퇴로 탄생한 새누리당 비대위는 성격을 관리형으로 할 것이냐, 혁신형으로 할 것이냐 논란 부터 시작해 줄곤 계파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비박계 의원들은 비대위가 혁신형으로 출범해 전권을 쥐고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전당대회에서 정식 지도부를 출범시킬 때까지 관리형 비대위가 돼야한다고 반박했다.

신임 원내대표로 취임한 정진석 의원은 지난 5월 11일 중진연석회의에서 관리형 비대위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 취임 당시 '외부 인사 영입으로 강력한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약속한 점이 무색해지면서 곧장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김영우 이혜훈 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내정하며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비판을 수습했다. 하지만 동시에 친박계의 반발을 샀다. 결국 5월 17일 친박계는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참여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했고, 김용태 의원은 위원장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고심하던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대표 김무성 전 대표를 한데 불러모아 '3자 회동'을 진행했다. 이 자리서 혁신 정 원내대표는 혁신 비대위 출범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선거 패배 50일만인 5월 26일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 골격이 갖춰지게 된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 회동은 지난 16일 탈당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복당을 결정한 혁신비대위 회의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고 김 위원장이 칩거에 들어간지 나흘째 전격적으로 이뤄진 회동이다. 2016.6.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계파갈등 속에서 탄생한만큼 새누리당 비대위는 계파갈등 청산을 가장 큰 해결과제로 뒀다. 김 위원장은 5월 30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에 추인되면서 "갈등과 분할을 조장하는 당 구성원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윤리기구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해 제도화할 계획"이라며 계파 활동을 강력 경고했다. 비대위원도 외부 인사 중심으로 선임해 계파색을 덜어냈고 원내인사로도 계파 안배를 반영해 비박계 김영우 의원과 친박계 이학재 의원을 동시에 선임했다.

그나마 빠른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은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결정도 김 위원장의 칩거로 이어지는 등 홍역을 앓아야 했다. 김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가 '고압적인 자세'로 표결을 압박했다고 주장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의총 소집을 요구하고 정 원내대표의 공식 사과,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의 김 위원장 내방과 공식 사과로 김 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고 비박계의 권성동 사무총장과 친박계인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의 사퇴로 내홍은 일단락 됐지만 비대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비대위가 계파갈등 해소는 커녕 계파갈등의 중심 축에 섰다는 비판이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9차 고엽제의 날 충혼위령제 및 전우 만남의 장' 행사에 참석해 통화를 하고 있다. 2016.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겨우 봉합된 비대위에 이번에는 '공천 개입 녹취록'이 문제가 됐다. 백서가 발간된지 하루만에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제기된 것이다. 친박·비박 모두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백서 발간은 녹취록으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비대위는 녹취록 파문에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녹취록 파문에 대해 "이유여하를 떠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별다른 진상조사 등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정 원내대표도 "지금은 당을 재건해야 할 때지 또다시 계파 투쟁으로 뒤늦게 책임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비대위가 출범시킨 당 중앙윤리위원회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침묵을 선택했다.

비대위의 이런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름만 혁신형이었지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혁신 측면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정치권 외 인사를 불러와 복잡한 당내 상황을 개선하려고 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도 "녹취록 파문 등 당이 필요한 혁신적 상황에 대해서는 전부다 노터치했다"며 "지도부 공백을 메꿔준 점 외에는 어떤 혁신도 한 게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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