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YS·DJ의 광복절은? 역사적 경축·기념사들

[the300][런치리포트-경축사의 정치학]③MB 녹색성장-盧 친일청산 강조

김성휘 기자 l 2016.08.17 05:58
(동두천=뉴스1) 허경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0월 3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광암동 두레마을 숲속창의력학교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13.10.3/뉴스1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내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언뜻 광복절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정 전반의 방향과 비전을 밝히는 게 관례였다. 특히 임기 첫해부터 광우병 파동으로 국정장악력이 떨어진 이 대통령으로선 국면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였다.

이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녹색기술을 통한 일자리 문제 해결, 과도한 석유의존 해소 등을 제시하며 국정 장악력을 높였다. 실제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이 됐다.

16일 역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종합하면 이처럼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당대를 상징하는 역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1년차인 201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광복절엔 비정상적 관행과 적폐 해소를 강조했다. 2015년 광복절에는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북한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 그해 10월 엿새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그의 소신과 국제정세 특히 대일 관계의 변화를 반영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1절에 동북아가 분쟁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시대로 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는 절제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극도로 자제된 표현을 썼다.

그러나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제정하는 등 극우로 치닫자 노 대통령의 대응도 단호해졌다.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선 "친일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뤄쟈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친일 문제를 가장 직접적이고 분명히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뉴스1)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KBS 사랑이 리퀘스트 출연한 모습.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이 "기록으로 보는 대통령"의 12월 주제로 "대통령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선정하고 아이들의 동심을 엿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통령기록 포털을 통해 2013년 12월23일 공개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2013.12.23/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이 2014년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14.8.18/뉴스1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1999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새천년을 향한 중단 없는 개혁"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민주당 계열의 정책 노선이 되는 중산층과 서민 중심 정치·재벌 개혁을 언급했고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구성도 약속했다.

김영삼 대통령까지는 광복절 경축사도 일제 극복과 통일 의미를 강조하고 일본이나 북한 등을 향한 대외 메시지가 골격을 이뤘다. 국정 전반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부터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 큰 틀에서 국정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의무라고 여긴 것"이라며 "각종 사회적 요구와 국민들의 물음에 대한 답을 광복절 경축사에 담았고, 그것이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광복절, 남북간 선의의 경쟁 등을 담은 평화통일구상 선언을 발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안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등 이 3단계 방안은 한국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자리잡았다.

대통령의 경축·기념사는 각종 논쟁도 불가피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 ‘6·25는 성공하지 못한 통일 시도’라는 표현을 넣어 논란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 '광복'보다 '건국'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했다. 당시에 이미 건국절 논란이 태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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