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국감복귀' 제안에 與 대혼란…"보이콧 고수"주장 다수

[the300](종합)2野 "환영" 불구 與내부 의견 분분…丁 "유감표명할 내용 없다"

배소진, 고석용, 김세관 기자 l 2016.09.28 17:3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소속 의원들을 향해 "내일부터 국정감사에 임해달라"고 말하며 "자신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 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3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내일부터 새누리당은 국감에 임해달라"고 깜짝 제안했다. 이 대표의 전격적인 선언에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도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 대표의 제안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으로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나라를 위해 일해야한다는게 새누리당 의원들과 제 소신"이라며 "예산 바로 쓰고 있는지 꼼꼼히 야무지게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 지켜야 할 의장이 일개 당원으로서 처신하고 거야의 횡포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소수여당으로 불리한 입장"이라면서도 "국가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살림살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 우리당 의원들 국감에 매진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가 끝까지 남아 의원이 의원직 사퇴할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 국회를 농락하는 정 의장을 반드시 의장석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전격적인 제안은 전날 국감 참석 의지를 피력한 김영우 국방위원장에 이어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유승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강경방침에 반발하며 이견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더 끌고가다가 '이탈자'가 생기는 것보다는 모두 복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국감 보이콧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전에 전혀 협의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의 발언이 있기 전 불과 30여분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죽어도 당론에 따를 수 없다면 무소속 정치를 하는 게 옳다"며 국감 보이콧을 철회하자는 의원을 거세게 비난하며 '엄포'까지 놓은 상태였다.

규탄대회가 끝난 후 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는 중 기자들과 만나 국감 정상화에 대해 "일단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조금 전 의총 때 향후 방향이 설정됐냐고 물어봤을 때는 정 원내대표가 '아무 것도 정해진 건 없다. 궐기대회를 가자'고 했다"며 이 대표의 발언이 사전에 논의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원칙적으로는 여러 번에 걸쳐 향후 투쟁방향에 대해 (원내) 지도부에 일임한다, 중진들이 다시 한 번 확인한 사항이라 따라야 하는데"라며 곤란함을 드러냈다.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 위원장을 맡은 조원진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본인이 모든 짐을 지고 가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대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 당으로서는 그게 맞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개인의견'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어 의총에서 이 대표의 제안과 달리 국감 보이콧을 유지할 수 있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이 많다. 대표에게 모든 짐을 던지고 들어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우 원내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소식은 "민생을 돌보는 국감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국민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뉴스1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대표의 선언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영한다. 국회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께서 자기는 단식을 계속 하겠지만 국감에 매진해달라는 결단을 했는데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이어 "집권여당의 대표답게 꼬인 갈등을 풀어 가야 한다"며 "(정세균) 국회의장님의 현명하신 화답을 기대하며 무엇보다 먼저 이 대표의 단식 종식을 정중히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언과 더민주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29일 당장 국회가 정상화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원총회에서는 '보이콧' 고수 목소리가 높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유감표명할 내용이 없다. 국회의장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마땅히 해야할 책임을 다 한 것"이라고 밝히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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