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安, 개헌·3지대론 발판 '대선 3자 구도' 속도

[the300]

심재현, 김태은 기자 l 2016.10.21 15:33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 빈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6.8.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복귀와 탈당으로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 재편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연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3선 중진 이찬열 의원이 동조 탈당을 선언하면서 대선 3자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전 대표를 도울 때가 된 것 같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현재까지 이 의원 외에 추가 탈당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손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이종걸 박영선 의원 등이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경우 민주당에서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 탄력받을 공산이 크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손 전 대표가 정치적 후배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정치적 생명을 같이 함께 한 분들이 몇 명 있는데 (탈당을) 강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손 전 대표의 탈당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 전체를 끌어안으며 내년 대선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크다.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이해찬 전 총리를 복당시키고 김민석 전 의원이 이끌던 '원외민주당'과 합당하며 속도를 낸 야권통합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강창일 양승조 오제세 조정식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정춘숙 의원들은 아직까지 동조 탈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손 전 대표도 측근들의 동조 탈당을 만류했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 영입에 사실상 '올인'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다시 영입 러브콜을 보냈다. 안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 말 손 전 대표에게 당명 개정을 포함해 당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열어두겠다고 제안했던 것을 확인했다. 성사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오는 28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후임 선출을 앞두고 '손학규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열쇠는 일단 손 전 대표가 쥔 상황이다. 손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합류 제안에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자'고 화답했던 사실을 정계복귀 시점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안 전 대표와 손잡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손 전 대표 입장에서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정치권에 재입성할 수 있는 반면, 안 전 대표와 박 위원장이 만들어놓은 제3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손 전 대표가 곧바로 국민의당에 발을 들이기보다는 또다른 제3지대에서 세를 불린 뒤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게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을 만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손 전 대표와 함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은 친박계(친박근혜계), 민주당은 친문계(친문재인계)가 차지한 상황에서 손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정 전 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외곽지역에 머물던 인사들과 비박·비문 인사들까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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