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국민 만세!" 환호·눈물·탄성…탄핵 가결의 순간(종합)

[the300]국회찾은 세월호유가족, 끝내 눈물…"이제 진짜 시작"

배소진 기자 l 2016.12.09 18:12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 명, 반대 56 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


"이겼다! 위대한 촛불 국민 만세!"

9일 오후 오후 4시10분, 국회 본회의장에 짧은 환호가 울려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재석 299석 중 234명 찬성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10분을 기준으로 본회의장의 문을 열었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보고되는 안건은 단 하나.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다.

이날 본회의장은 일반인에게도 방청이 허용됐다. 본회의장 2층은 3구역으로 분할되는데 좌우 기자석(80석)을 제외하고 가운데 방청석 총 350석 중 100석이 각 당이 초청한 인사들에게 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초청한 세월호 유가족 40명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오후 2시40분쯤 입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려다보이는 쪽이었다. 이들은 4줄로 뭉쳐앉아 본회의를 지켜봤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부모, 10대 청소년들, 20대 청년들도 두루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에서는 10대 학생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본회의가 개의되자마자 탄핵소추안은 상정됐다. 속전속결이었다. 의원들이 신청한 의사진행발언을 정세균 국회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곧바로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안건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집무집행과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며 "이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해 준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을 향해 "국회는 탄핵을 통해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치유해 내야한다. 대통령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헌정의 지속’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엄연하게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될 것"이라며 "사사로운 인연이 아닌 오직 헌법과 양심, 역사와 정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셔서, 부디 원안대로 가결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투표는 약 30여분간 이뤄졌다. 참여한 의원은 총 299명.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세월호 방청석은 감표가 진행되는 동안 숨을 죽였다.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간간히 웃음이 터지는 등 엄숙하지만 밝은 분위기였다. 

헌정사상 두번째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방청석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정세균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방청석에서 순간적으로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몇 몇 초등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국회의원 할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정 의장은 가결선포 직후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이 자리 계신 여야 의원을 비롯해 엄중한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 또한 한없이 무겁고 참담할 것"이라며 "더 이상 헌정사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의원들을 향해서는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일부는 "새누리당 해체하라" "세월호 만세, 촛불국민 만세"라는 구호를 외쳤다. '촛불은 언젠가 꺼진다'고 발언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한 방청객은 "김진태, 촛불은 활활 타오를 것이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회의장을 나서던 세월호유가족들에게 국회방호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유가족들에게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했다. 유가족들은 결국 꾹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단원고 2학년3반 고 유혜원 학생의 아버지 유영민씨는 이날 붉어진 눈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묵은 체증이 가신다"고 말했다. 그는 "(찬성)표가 10표 정도 덜 나왔다고 생각한다. 무효 7표는 찬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모든 분들이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모두 고생하셨다"며 "엄마아빠 만세, 훌륭한 국민들 만세"라고 울먹였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 씨는 이날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시작이다, 진짜 시작이다"라며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10년, 20년은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고 촛불이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기쁜데, 정말 기쁜데…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특조위도 다시 살리고, 이제는 정말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다시 못살아오지만"이라고 말을 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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