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박근혜 대통령 탄핵가결, 그후

[the300]종합

김성휘 김태은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12.13 09:25
탄핵안 작성 금태섭 "세월호 꼭 써야겠다 생각, 이유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금태섭 의원 제공


국회서 지난 9일 압도적 표차로 가결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야3당이 공동 발의했다. 이 소추안의 골간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안을 검사 출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썼다. 금 의원은 민주당 탄핵추진단에서 A4 종이 40쪽에 이르는 탄핵소추안 작성을 자청했다.

금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인터뷰에서 헌재가 당연히 탄핵사유를 인정,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전인 다음달 중에도 파면결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시기에 대한 여러 예측 가운데 가장 빠른 편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 심판에 대응하기보다 즉각 사퇴하는 게 국정수습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 의원은 "헌재는 모든 사유에 대해 판단치 않아도 '주요 사유를 종합해볼 때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된다, 국민이 신임을 거뒀다고 봐야 된다'고 일찍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세월호관련 헌법위반 부분'(헌법 제10조)는 탄핵안 8쪽에 나오지만 8쪽까지 갈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탄핵안이 그보다 앞에 적시한 헌법상 국민주권, 대의민주주의, 직업공무원제 위배만으로 대통령을 파면할 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탄핵안이 "부끄럽지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그는 "탄핵안을 쓰면서도 부끄럽고 창피하단 생각을 했다"며 "민주주의라는 게 얼마든지 잘못된 사람을 뽑아 국정이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민들이 상당기간 100만명 이상의 평화시위로, 헌법적 방법을 통해서 이를 교정해냈다는 교훈도 줄 것"이라며 "또다시 국가가 흔들리는 문제가 생긴다면 국민이 고칠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금 의원은 2014년 4월, 당(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었다. 4월16일, 세월호 사고 소식에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팽목항으로 내달렸다. 금 의원도 함께 갔다.

금 의원은 "(팽목항에서) 국가란 게 없구나 하는 게 보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허투루 따질 문제도 아니고 심리에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느냐고 해서 고민했다"며 "그러나 유족들을 생각하면 소추안에 반드시 세월호가 들어가는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 갔더니 무조건 넣어야 된다는 의견이 많아 생명권 조항 위반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세월호 관련 부분은 국민의당 초안에 있는 표현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장과 금태섭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핵추진 실무준비단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1.23/뉴스1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이 정도 결과는 예상했나.
▶다행스럽다. 압도적 가결은 국민의 힘이다. 박 대통령 3차 담화때 4월퇴진-6월대선을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하고 야권에서도 협의는 해야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었는데 그후 촛불집회에 사상최대 인파가 나왔다.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고, 소추 사유도 너무 많은데 헌재가 빨리 결정하겠나.
▶파면하기에 충분히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다고 보면 탄핵사유를 다 안 봐도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 7시간의 경우, 조사하지도 않고 탄핵사유가 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뇌물죄만 갖고도 충분하다면 말이다. 더구나 하루하루가 국정공백이다.

-박 대통령이 법리적 대응을 할텐데.
▶결과는 뻔한데 몇달동안 이런 상태가 가야 하느냐. 바로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박한철 소장(1월), 이정미 재판관(3월) 퇴임 전 결정이 안나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후임자를 임명해야 할까.
▶논란이 있지만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박한철 소장 임기가 끝나기 전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 박 소장은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라 (임기 중에) 하실 것으로 본다.

-탄핵안 작성에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뇌물죄와 세월호 부분이다. 학자들은 뇌물죄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기업들 불러 돈을 걷으면 그 자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여론이 뇌물죄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점,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뇌물죄의 경우 탄핵사유가 된다'는 대목이 있어 확실히 하려고 넣었다. 이 때문에 심리에 시간이 더 들지 않느냐는 걱정에 대해선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만으로 했다.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했더라도 희생자들을 구할 수 없었을 거란 주장도 있는데.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고, 했는데도 안되는구나 했다면 세월호 가족들이 저러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정부의 행태는 박근혜정부의 비정상적 운영을 상징적,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 즉시 사임'을 주장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 송달 후 임명권자가 사임을 수리할 수 없는데.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어도 사임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하야하겠다는데 '이런 국회법이 있으니까 사임이 안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1967년(서울) △서울대학교 법학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수료) △미 코넬대 법학 석사 △제34회 사법시험 △서울지검 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2014), 더불어민주당 대변인(2016) △20대 국회의원 △저서 '디케의 눈',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외.


'박근혜 탄핵' 미리 보는 결정문…전문가 "빠르면 3월 가능"



헌법재판소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헌법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헌재의 심리 기간이 길어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 내용 중 헌법 위반 사항만으로도 파면 절차인 대통령 탄핵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다만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의 재판관이 임기 종료로 교체를 앞두고 있어 탄핵에 대한 최종 확정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사유 충분"…헌법 위반 여부로도 판단 가능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탄핵 사유로 명백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전문가는 "이 정도 사안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공소장에는 형사법적 위반 사항만 담았지만, 국민주권주의 위반, 대의 민주주의 위반, 법치주의 위반 등 헌법에 위배되는 충분한 사유"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헌법 7조에 규정된 직업공무원제 정신을 위반한 사실을 지적하며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법률적 신분이 보장된다는 것은 왕조 시대와 달리 대통령도 함부로 공무원을 해임할 수 없도록 한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탄핵 사유와 관련해 "광범위하고 매우 심각하며 지금도 드러나고 있다"면서 "탄핵 심리에 형사절차가 준용되지만 형사 처벌이 아닌 파면에 관한 절차이기 때문에 꼭 형사절차에 필요한 범죄 사실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탄핵소추안에 담긴 형사법상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일부 인사들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인사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와야 확실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는 것 아니냐"며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역시 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법률대리인을 맡은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달 야당이 주최한 ‘탄핵소추안 마련 긴급토론회’에서 "최종 결정 시점에 국정지지율이 20~30% 정도로 올라가면 헌재에서 탄핵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 심판이 법리적 판단 뿐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확정은 언제…"빠르면 3월"

전문가들은 탄핵소추안을 바탕으로 한 박 대통령 탄핵 결정 자체에는 시일이 크게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정공백 최소화에 가장 중점을 둬야하는 특수성이 있어 헌재가 심리 기간을 단축할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엇보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무총리가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정공백이 하루라도 더 길어지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교수는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때 헌재가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신속하게 집중심리를 했던 것처럼 이번 탄핵 심판도 가급적 집중심리로 빠른 선고를 내리는 것이 헌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임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청구인 측이 어느 정도의 증거신청을 할 것인지, 또 피청구인이 어느 정도로 지연시킬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안에 담긴 13가지 사유에 대해 일일이 사실확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입증으로 심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은 성격이 다르다"며 "소추 사유가 13가지라 하더라도 중대한 위반 사항을 중심으로 집중심리를 진행해 탄핵 사유가 확인되면 나머지 기타 사유는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윤복남 변호사는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정공백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대통령 스스로 4월 퇴진을 선언한 상황"이라며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한다고 이를 다 받아주느냐?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증거와 이로 인해 입증되는 혐의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기가 심리 기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헌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내년 1월 31일,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내년 3월 13일 임기를 마치게 된다. 헌재 탄핵 판결은 헌재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재판에 참여해야 하고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확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증거 채택여부는 헌재소장이 결정하기 때문에 박한철 소장이 자신의 임기 전인 1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두 달도 남지 않아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며 "대체적으로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3월 13일 전까지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헌재 역사상 헌재재판관 1인 이상 공석일 경우에도 선고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일부 재판관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더라도 심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 재판관들이 심리를 진행하는 중 새로운 재판관이 충원되면 심리를 새로 시작하자고 주장해 심리 기간을 지연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에 대해 명확한 뜻을 보여주고 있고 헌재는 이를 법적 판단으로 마무리짓는 행위"라며 "헌재가 국민 의사를 넘어 심판 시기를 정치적으로 조율한다면, 대통령 3차 담화에 촛불이 더욱 늘어났던 것처럼 헌재의 판결에 국민들이 화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 사임은? 권한대행은? 구멍숭숭 '포스트탄핵' 제도 고친다



"이런 일이 또 있겠나 하고 넘어가다 오늘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 헌법재판소로 탄핵소추안을 넘긴 가운데 이와 관련한 제도의 허점이 적지않게 발견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상 두 차례뿐이다. 그러나 사임, 유고 등 대통령 권한대행은 네 차례로 결코 적지 않았다. 관련 제도를 보다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또 있겠나" 했다는 12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처럼 대책마련은 소홀했다.

이에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 이후를 대비하는 '포스트탄핵' 제도보완 입법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예우와 지위,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 헌법재판소 심판 관련 등으로 나뉜다.

먼저 현행법상 탄핵의결서가 국회에서 헌재로 넘어갔을 때 대통령이 자진 사임 가능한지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법은 이때 임명권자가 그 사의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 특정 임명권자가 없는 대통령도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여론상 박 대통령에게 정상적인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할 수 없다는 비판론도 퍼져 있다. 하지만 야당이 줄곧 요구해 온 '탄핵 심판 중 사임'의 경우 지금은 각종 전직 대통령 예우를 그대로 줄 수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주도권을 쥔 야권은 황 총리가 법무부장관일 때부터 그가 박 대통령 '아바타'나 마찬가지라며 극도의 불신을 보냈다. 지금도 황 대행이 대통령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거나,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또는 논의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국을 만들려 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관련법조차 없는 권한대행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단 요구가 높다.

이밖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 임기만료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시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임기가 끝난 재판관이 후임 인사 전까지는 역할을 계속 하도록 하는 법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소추심판 기간동안에도 스스로 사임할 수 있게 하고 △탄핵소추의결서를 송달받은 후 스스로 사임한 경우 전직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하도록 하며 △탄핵으로 퇴임하거나 탄핵심판절차 중 사임한 전직 대통령은 서거시 국가장 대상자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각각의 법률 개정안을 냈다. 전직대통령예우법은 현재 탄핵된 대통령에게 예우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스스로 사임한 경우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것을 감안했다.

임기 중 탄핵됐거나 내란·외환죄 유죄인 전직 대통령에게 외교관여권 발급을 금지하는 여권법 개정안, 탄핵 의결시 대통령 보수지급을 즉각 중단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권한대행법은 권한대행이 국무위원급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시 국회 의결로 중단시킬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법의 경우 동일 사안 형사소송이 진행중이면 탄핵안 심사 중지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피소추인 즉 박 대통령 본인에 대한 형사소송이 아니면 중지할 수 없게 명확화하는 개정안이 있다. 임기만료 재판관이 후임 인선까지 역할을 계속하게 하는 별도 개정안도 있다. 이밖에 국회 탄핵소추 표결은 무기명 대신 기명투표로 하자는 국회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인사에 관해선 무기명투표한다는 국회의 원칙과 관례가 있지만 탄핵안만큼은 예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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