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정치인 자질이 후지다고?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5)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6.12.23 05:45

편집자주 [the300]"권력을 잡는 건 언제나 소수파다"? 돌직구, 전략가, 엔터테이너... 수많은 수식어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정두언 전 의원이 흔한 정치상식을 깨는 신선한 관점을 머니투데이 the300을 통해 전합니다.

2015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치, 미래산업을 논하다‘ 크로스파티(Cross-Party)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발언하는 정두언 전 의원/머니투데이


5. 정치의 후진성은 정치인의 자질문제다?

우리는 입이 있는 사람은 정치인을 욕한다. 맞다. 정치인은 욕먹을 만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욕을 해도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을 모두가 안다. 욕을 하면 그 당시는 속이 좀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 아니다. 더 나빠진다. 왜냐? 정치인이 욕을 먹는 그 본질적인 원인이 있을 텐데, 욕만 하다 보면 그 본질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달을 봐야 하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욕을 하는 이유의 핵심은 이 자들은 도대체 뽑아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의 눈치만 본다는 것일 것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다 모자란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다 모자란 사람들을 뽑은 셈이다. 아니면 원래는 멀쩡한 사람들인데, 국회만 들어가면 모자라게 되는 건가? 그렇다. 차라리 이게 맞다. 여야 모두 선거 때만 되면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반 이상씩 물갈이를 한다. 그렇게 국회의원을 바꿔도 국회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들은 왜 이렇게 되는가? 그 답이 바로 본질적인 원인, 즉 달이다.

국회의원은 왜 국민이 아닌 권력의 눈치만 보는가? 간단하다. 국회의원은 사실상 국민이 아니라 권력이 뽑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당체제는 지역구도에 기반한 양당체제였다. 선거에서 공천만 받으면 영호남에는 거의가 자동으로 당선이 된다.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권은 어떤가? 영호남만큼은 아니지만 양당의 공천을 받으면 대략 80% 정도의 표는 거저 들어온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푸는데 ‘보기’에 그럴듯한 답이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천은 누가하는가? 알다시피 권력이 한다. 친이 친박이 무엇인가? 이명박에게 공천을 받은 사람이 친이고, 박근혜에게 공천을 받은 사람이 친박이 아니던가. 이처럼 국민의 지지보다 공천이 국회의원의 생사여탈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더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부끄럽지만, 정치를 하면서 시종일관 비교적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정치하며 권력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 밝힌다. 

나는 내 지역구에서 5차례의 선거를 치루면서 단 한 번도 공천경합을 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내 지역구는 지금까지 현 여권이 한 번도 승리를 해본 적이 없는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천 때마다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만약 내 지역구가 강남 지역이었더라면 나도 역시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외국의 정치 선진국은 어떠한가? 권력이 공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바마, 카메룬, 트뤼도가 공천권을 행사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았는가. 그들은 개인적인 능력, 매력, 인기 등을 바탕으로 지도자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천권이라는 공식적인 폭력을 가지고 권력자가 된다. 그래서 선진 외국의 지도자는 존경과 사랑을 받는데 반해, 우리의 지도자는 그 보다는 무서움의 대상이다. 박근혜와 친박의 관계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군대라는 물리적 폭력을 기반으로 지도자 행사를 한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라 자위해야 할 것인가?

어쨌든 국회의원의 공천권이 권력의 손에 있는 한 우리의 정치는 지금과 같은 후진성을 면키 어렵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정치를 이루려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정치 선진국처럼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경선제(open primary)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것이 안 되는가. 권력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당시 이회창 총재가 제왕적 총재라고 맹비난 하며 국민경선제를 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던 그는 다 알다시피 지난 총선 공천에서 엽기적인 독선적 공천을 자행했다. 

어느 대학 특강을 갔을 때 일이다. 한 학생이 잔인한 질문을 하겠다며, 왜 국회의원들은 다 그렇게 저질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해주며, 마지막으로 잔인하게 답변을 했다. 지금 질문을 한 사람도 국회에 들어가면 똑 같이 욕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