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대통령부터 어기는 법치주의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6)국무총리,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가졌지만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6.12.26 05:30

정두언 전 의원/머니투데이

6. 대통령과 총리부터 어기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나의 책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가 출간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 때도 그랬지만, 조각이나 개각 등을 앞두고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청문회로 시끄러울 때면 어김없이 나에게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최고의 총리가 누구며, 최고의 총리는 어때야 하냐는 것이다.


솔직히 제목이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서 그렇지 내가 책을 쓰면서 세운 기준은 누가 총리로서 최고로 훌륭했었냐가 아니라, 누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총리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 했는가 였다. 다시 말하면 나는 우리나라의 역대 총리 중에 자기의 법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총리로서의 권한을 명실상부하게 행사하려 했던 (실제로는 못했더라도) 사람을, 즉 속된 말로 ‘총리로서의 자기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고자 한 사람’을 그나마 최고의 총리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헌법과 법률에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가지며, 내각을 통할하여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실제적으로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국무총리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가. 없었다. 없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누가 안 지켰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안 지킨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부터 법을 안 지킨다. 그것도 사사로운 법을 안 지키는 게 아니라 국가의 기본에 관하여 정한 법을 안 지킨다. 그러고는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한다. 너무 원리주의자 같은 주장이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현실의 정치권력 구조상 그런 주장은 너무 비현실적인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물며 사사로운 법도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하는데, 국가의 기본에 관한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질서의 문란이고 국가기강의 해이가 아니겠는가? 


민주주의 국가의 4대 요소가 무엇인가. ‘법치주의의 확립’, ‘자유경쟁의 실현’, ‘기회균등의 보장’, ‘취약계층의 보호’이다. 이 네 가지가 갖추어져야 제대로 된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치주의의 확립’이 제일 앞에 나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게 민주국가의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의 최고위층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그것도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법을 안 지키고 있다. 이래가지고서는 우리가 선진국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나는 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준수하기가 어려우면 그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고, 법을 고치는데 시간이 걸리면 그때까지라도 법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너무 융통성이 없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백번 양보해서라도 법을 따르기 힘들면 따르는 흉내라도 내야 할 텐데, 우리의 경우는 국가지도자들이 흉내조차 내지 않으니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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