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요, 어떡하죠?

[the300]워킹맘 좌충우돌(4) 육아정책연구소 이윤진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08.01 04:53
며칠 전 일이다. 아이가 난데없이 열이 나고 밤 새 40도를 오르내리며 괴로워했다. 다음 날 열이 37도 초반까지 떨어져서 기관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병원에 우선 들렀다. 인후염이었다. 순간 가슴을 얼마나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요즘 수족구가 유행인데 수족구면 어쩌나싶은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파서 얼마나 괴로울까 싶은 마음이 우선이 아니라 수족구라고 판명이 되면 기관에 갈 수 없는 아이를 어찌하고 내가 일을 나가나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다행이도 몸이 ‘약간’ 불편한 아이는 천만다행으로 기관에 출입할 수 있었고 난 무사히 일을 하러 갈 수 있었다. 물론 기관에 있는 내내 아이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내내 누워있었다는 후문이다.

수족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2조 7호에 의거한 지정감염병이다. 이에 각 기관에서는 해당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완치될 때까지 등원을 금지시키고 있다. 당연한 처사이다. 하지만 이때 아픈 아이를 놔두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부모는 그야말로 ‘멘붕’을 경험하게 된다. 내 아이 어디다 맡기고 출근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조부모님이 계시거나 아이돌보미가 있으면 걱정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럴만한 편안한 환경에 놓여있지 않다. 그리고 아이가 아파서 기관에 못 가는 일은 수족구같은 감염병에 걸릴 때 말고도 고열이 뜰 때, 장염 등의 활동이 불가능한 질병 등 수 없이 발생한다. 이럴때마다 일하는 부모들은 정말 울고 싶다.

현재 우리 정부는 특별돌봄서비스로 긴급돌보미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용이 수월한 것 만은 아니다. 그 외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나름대로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운영중이나 많은 부모들은 제도를 몰라서, 혹은 인력 수급이 원할치 않은 이유로 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영아의 경우 동 제도를 설령 이용을 하게 된다하더라도 대리양육자 이용이 쉽지 않다는 생애발달주기상 특성 탓에 부모의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제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제도를 손쉽게 이용가능한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 아이의 병 치례를 비롯하여 기관에서의 사정으로 인한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경우 등등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돌연 발생한다. 아이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의 인식 확대는 당연한 우리의 과제다. 하지만 또 다른 사각지대인 긴급한 상황 발생에 대한 대비 또한 우리가 항시 주시하여야 할 요소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보육 인프라의 확충과 더불어 유연한 근로 환경이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영유아, 나아가서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약간의 관용이 요구되는 일자리 문화가 우선되어야 하고,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중심의 제도적 인프라가 확충되고 자리잡아야 한다. 빈틈을 매우는 정책의 확산이야말로 우리가 복지 선진국으로 발 돋음하는 제 1의 요소가 아닐까.

이제 유치원 방학 기간이다. 방학이 없는 보육 기관은 기관대로 교사의 업무 부담이, 방학이 있는 기관은 일하는 부모의 한숨과 걱정이 늘어나는 마의 방학 기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방학(放學) 인 것일까, 끊임없는 의문이 머리를 스친다.

이윤진 박사/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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