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의 두 얼굴

[the300][워킹맘 좌충우돌](13)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8.01.26 12:30
 고백하건대, 내 사랑의 표현이 아이에게는 ‘학대’ 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있다. 가장 흔하게는 밥 먹일 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었으면 좋겠건만 아이는 절대로 내 말을 듣지 않고 요리조리 숟가락을 피하는 데 익숙하다. 나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 왜 이렇게 맛있게 만든 걸 안 먹는다는 거지? ” 하고 화를 버럭 내고 만다. 

우유 한 모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고 갖은 유혹을 다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휙 돌린다. 그 배신감이란. 화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이 입에 숟가락 넣기와 전쟁을 해 보지 않은 분은 아마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말한다. “다 배고프면 먹게 되어 있어, 내버려 둬.” 이처럼 매정한 말도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밥 먹이기는 사랑이 아닌 나만의 의무 완수이고, 내 아이에게는 괴로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는 곧 사랑의 표현이 아닌 학대가 아니던가. 아동에 대한 방임 역시 학대로 분류되지만, 단순히 밥 한 끼 안 먹는다 해도 그 시간에 아이가 다른 놀이로 즐거우면 그게 아이의 행복인 거다. 밥 한끼 안 먹이는 것은 내가 방임을 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역시 머리로만 이해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2016년 아동학대 통계(보건복지부, 2018)를 살펴보면 방임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서학대와 신체학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약 80.5%를 차지한다는 기막힌 결과를 알 수 있다. 여기서 기가 막힌다는 것은 어느 부모도 본인의 자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함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요즘의 부모들은 사랑의 실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2016년 조사에 나타난 학대 행위자 특성을 살펴보자. 이 역시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근거로 하는데, 가장 큰 학대의 이유로 양육태도 및 방법이 부족해서라는 비중이 전체의 35.6%,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 때문이라는 것이 전체의 17.8%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해결점을 찾을 실마리가 보인다. 부모 또는 대리양육자(기관의 교사를 포함해서)의 성격 및 기질 문제보다 후천적인 문제가 아동 학대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과 또 다시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렇게 단편적인 통계로 아동학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근거를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아동 학대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교육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현재 시행하고 있는 부모교육의 의무화와 동시에 이러한 부모 교육이 실생활과 접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함으로 달성 가능하다. 

단순히 교육을 받는다고 학대를 할 사람이 학대를 안 하겠냐고 반문한다면 이렇게 답을 하겠다. 배운다고 누구나 공부를 다 잘하겠는가? 하지만 지속적인 국가 차원의 노력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확신한다.

아동은 국가의 미래다. 그리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이를 낳으라고 아우성만 해서는 안 된다. 낳고 나면 물리적인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예전처럼 대가족 생활 자체가 희귀하고 가족의 형태가 급진적으로 변해가는 요즘 시대에는 국가의 긍정적인 개입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공보육 확대와 더불어 미시적인 부분까지 국가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는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은 후 키우는 방법을 습득하지만, 그 어느 누구는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 본인이 하는 행동이 학대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기억하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보육 환경의 형평성 확보와 더불어 아동을 통한 사회적 투자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매번 반복되는 아동 학대 기사를 접하며 또 다시 드는 생각이다. [외부기고/칼럼]
이윤진 박사/머니투데이 the30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