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급한불' 끈 文대통령, 다음 고비는 '김정은 신년사'

[the300]한미중 정상 '대화 모멘텀' 컨센서스…김정은의 선택은?

최경민 기자 l 2019.12.25 14:53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2.23. since1999@newsis.com


북핵 협상판 유지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5일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이제 시선은 내년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23~24일 중국 베이징과 청두를 방문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한일중 정상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북핵 협상 모멘텀 유지’를 위한 협조를 중일 정상에게 촉구했고 일관적으로 지지를 받았다.

특히 시 주석이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 중국은 북한이 언급하고 있는 ‘새로운 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다. 그런 중국의 정상이 ‘북미 협상이 우선’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시 주석이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장 이탈’ 가능성은 어느 정도 억제됐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가능성이 낮아졌고 실제 북측은 일체의 무력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협상 모멘텀 유지’ 기조를 밝히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가 방한한 자리에서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다”며 협상 의지를 보인 상황에서, 시 주석까지 ‘대화’에 지지를 표명하자 북측 역시 ‘레드라인’까지는 밟지 않는 모양새다.

‘한미→미중→한중’으로 이어지는 소통 속에 합의한 ‘북핵 협상 컨센서스’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이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협상 모멘텀 유지’에 동의했다. 

시 주석은 이후 문 대통령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전선이 북핵까지 넓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전략이 주효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청두에서 진행된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베이징을 일부러 들러 시 주석을 만났다. 

‘한반도 평화’라는 한국몽(韓國夢)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라는 중국몽(中國夢)과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 한국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에 가까웠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무력도발과 같은 자극적인 방식으로 협상판을 당장 물리기 부담스러워졌다. 중국까지 ‘협상과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것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24일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동북아에서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 평화안보체제를 이뤄내자”고 호응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최대 고비다. 북미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인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신년사에는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도 김 위원장이 지난달 부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후부터 신년사에 대해 우려해왔다. 

신년사의 내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김 위원장이 협상 결렬을 천명할 것이라는 우려부터, 협상의 여지를 남길 것이라는 기대 모두 공존하고 있다. 

한미중이 모두 ‘협상 모멘텀 유지’에 뜻을 모은 상황, 남북 철도·도로라는 ‘당근’이 제시된 상황, 내년이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라는 상황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전년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북미협상과 관련해 여지를 열어두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대화 테이블만은 유지해야 한다”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간에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게 핵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싱가포르 합의사항이 북미 간에 동시적, 병행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같이 공감하고 있다”며 “북미대화에서 실질적으로 성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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