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 궤변, 막말…'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힌 대한민국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1회-총론]

특별취재팀= 정진우 기자 이원광 기자 강주헌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20.03.16 08:41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실종됐다. 보수와 진보, 중도 등 진영의 건강한 논리, 합리적 의식이 ‘타락’한 때문이다. 결과는 갈등과 분열이다. 국가는 망가지고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진영은 공기와 같다. 우리 삶,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보수와 진보 등 진영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살아가는 방법, 바꾸는 방법 등을 말한다. 더 좋은 삶,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념·가치·관점의 총합이다. 진영의 대표인 정당은 당헌·당규에 진영의 가치를 반영한다. 합리와 상식을 토대로 한다. 건강한 ‘진영 논리’ ‘진영 의식’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타락한’ 진영 의식·진영 논리가 진영을 오염시킨다. 해악적이다. ‘궤변’을 무기삼아 진영의 가치를 왜곡한다. 합리적 비판은 맹목적 지지에 밀린다. 타락한 진영 의식은 정치마저 쫓아낸다. 타협과 협의는 설 곳이 없다.

정치가 다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면 타락한 진영 의식은 배제·배타의 원리를 작동시킨다. 타락한 진영 의식은 다른 진영을 ‘적’으로 규정한다. 적과 대화는 의미 없다. 막말이 일상화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조차 합리적 대화보다 폭력적 시위와 농성이 주를 이룬다. 다수는 ‘횡포’만, 소수는 ‘몽니’만 부린다. 그렇게 정치는 파괴된다.

촛불과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강점이자 약한 고리가 바로 진영이었다. 보수와 진보는 다수의 확장을 이뤄내 촛불을 함께 들었다. 하지만 촛불은 곧 갈라졌다. 함께 촛불을 들었던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투쟁하게 한 타락한 진영 의식이 작동한 결과다.

혹자는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며 철저히 편을 가른다. 공중파 방송에서 ‘궤변’이 이어진다. 다른 한편 유튜브 등에선 가짜 뉴스가 횡행한다.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닌 타락한 진영 의식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른바 ‘문빠’(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와 ‘태극기부대’(박근혜 전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로 불리는 팬덤 정치의 흐름도 비슷했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우상’에 대해 맹목적 신뢰를 보낸다. ‘쓴소리’ ‘조언’ 등은 적이 쏜 총알로 취급한다. ‘아픔’ ‘ 좌절’ 등 감성이 이들의 결속을 단단하게 만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타락한 진영 의식의 민낯과 마주한다. 공정·정의 등을 합리·상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서초동’과 ‘광화문’은 갈라진 진영이 아니라 타락한 진영 의식이 만들어 낸 슬픈 자화상이다. 민주주의 원칙은 상식과 합리에 기반한 공존의 존중이다.

각 진영은 적이 아닌 경쟁자다. 경쟁의 결과물은 파괴가 아닌 생산적 대안이다. 이 원칙이 사라진 사회는 쪼개진다. 분열된 국가는 퇴보한다. 피해자는 국민이다. 과거에 매몰된 탓에 현실을 놓친다.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국가적 위기 상황인 2020년 3월 지금이 그렇다. 타락한 진영 의식으로 진영의 가치조차 희화화됐다. 합리적 비판은 적의 공격 무기일 뿐이라고 선동한다. 외교·행정·방역·진료 등 분야별 공과(功過)를 객관적·합리적 기준 대신 오염된 논리로 재단한다.

대기업 정책, 근로시간 단축, 노동, 평화 프로세스, 한일 수출 규제…. 정치·경제·외교·국방·사회·노동 등 모든 분야 이슈에서 ‘궤변’ ‘막말’의 공방만 존재한다. 합리적·생산적 논쟁은 찾아볼 수 없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 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이자 방해요소는 타락한 진영의식, 오염된 진영 논리”라며 “이것을 깨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과제”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타락한 진영 의식을 깨고 건강한 진영 의식으로 거듭나는, ‘대한민국 4.0’ 시대를 제언한다. 대한민국은 이승만 정권 시대와 박정희·전두환 정권, 1987년 체제 등 크게 3번의 변곡점을 거쳤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이승만 정권(한국정치 1.0), 산업화라는 국가 발전 전략을 택했던 박정희 시대(한국정치 2.0), 국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1987년 이후(한국정치 3.0) 등이다. 87 체제도 한 세대가 지난 2020년, 대한민국 4.0 시대가 절실하다. 건강한 진영이 긍정적 경쟁을 통해 다수를 만들어가는 생산적 정치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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