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안 줘" 재난지원금에 응답한 정치권

[the300][런치리포트-재난지원금 전국민 주나]

정현수 기자, 김성휘 기자, 서진욱 기자, 이해진 기자, 정진우 기자 l 2020.04.08 06:20


①재난지원금 '포퓰리즘' 지적에 정치권이 답했다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자"


모처럼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야의 목소리는 '보편적 지급'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하지만 미묘한 신경전은 존재한다.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상됐던 수순이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행위"라며 "건전 보수 정당임을 자임하는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겨냥했다. 황 대표는 지난 5일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황 대표의 '보편적 지급안'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으면서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유 의원은 "민생당, 정의당 등 대부분 정당들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거의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기획재정부 원안(정부안)으로 돌아가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원안은 소득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활용한 선별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포퓰리즘, 혹은 '표(票)퓰리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다.

반박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포퓰리즘이라는 게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우리가 하려는 재난지원금은 기존 예산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재정에 부담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매표형 현금 살포가 아니라 코로나로 힘든 국민 모두에게 단비 같은 지원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은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모든 정책이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지금은 전시상태와 마찬가지로 상식을 뛰어 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교안 대표는 "전 국민 5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생계가 막막해 속이 타는데 언제까지 총선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어려운 국민을 위해 지원금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선을 앞뒀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읽히는 어쩔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②"돈키호테" "대학생 리포트"…김종인의 '100조원' 왜?
김종인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김종인 미래통합당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100조원 재원 마련 계획을 두고 "대학교 2학년생 리포트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100조원의 재원 마련 계획은 김 위원장이 정치권으로 복귀하면서 제시한 핵심 카드다. 기존 예산을 조정해 100조원을 조성하자는 건데, 민주당은 현실성이 없다며 김 위원장을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정부예산의 의무지출 비율은 49.8%다. 의무지출 예산은 관련법에 따라 지출의무가 발생한다. 기초연금법에서 규정한 기초연금 등이 대표적인 의무지출 예산이다.

올해 정부예산이 512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56조원이 의무지출 예산이다. 이 예산을 조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머지 256조원의 재량지출 예산은 원칙적으로 손댈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로 재량지출을 조정한 전례가 없다.

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100조원 계획'을 비판한 이유다. 예산 조정의 전제가 되는 분모가 다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예산의 20%를 조정해 100조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100조원을 조성하려면 재량지출의 약 40%를 조정해야 한다.

이 역시 이미 상당수 예산이 집행돼 분모가 달라졌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를 보면 올해 2월 말 기준 관리대상사업 307조8000억원 중 66조8000억원이 집행됐다. 관리대상사업은 인건비와 기본경비 등을 제외한 주요 사업비다.

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도 예산 전용(轉用) 등으로 마련한 100조원에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인당 50만원씩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이 경우 약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 구상과 비교하면 당장 25조원의 지출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하면서 7조1000억원의 세출예산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고 있지 않다. 지출 구조조정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이 세출 구조조정으로 100조원을 만들어 코로나19 대응에 쓰자는, 대학교 2학년 수준에 불과한 대책을 만들고 있다"며 "망상에 빠져 있는 김 위원장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③속도내는 재난지원금 '보편적 지급'…靑의 기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 논의가 시작됐다.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여야 회동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의 기류대로라면 추가경정예산안도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정부가 앞장서 '선별적 지급' 계획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먼저 움직이는 순간 '포퓰리즘'의 과녁이 된다는 정무적 고민도 있다. 사실상 공을 국회로 던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현안점검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가장 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서두를 것"이라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비상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도 조만간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임시국회를 총선 직후 소집해 16일부터 추경안을 처리하고 4월 중 지급을 마치도록 하자"며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을 원내에 있는 모든 정당들이 주장하고 있어 속도와 방향 측면에서 이견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하지만 추경 논의 과정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현재로선 선별적 지급에 맞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선별적 지급을 보편적 지급으로 바꾸려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안은 약 9조원이다. 통합당의 주장대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주려면 소요재원만 25조원이다. 국회의 예산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도 화두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을 주장하며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대통께 발동 요청을 드리는 걸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속내는 좀 더 봐야 한다. 청와대는 "전체 국민중 소득하위 70%에게 가구별 최대 100만원(4인 이상 가구)을 지급한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한다. 그러나 국회가 지급범위 확대를 논의, 결정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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