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기부자에게 '온라인 배지'를 달아주자

[the300][300소정이]소소한 정치 이야기

서진욱 기자 l 2020.04.25 08:00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왼쪽)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추경)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부' 카드를 꺼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자는 제안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은 코로나19 사태 극복 재원으로 활용한다. 지급대상, 재정부담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당정이 고안한 아이디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기부에 참여할지 아무도 모른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고, 기부 여부를 전적으로 국민 판단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사전적으로 기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에 버금가는 범국민 기부 운동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사회지도층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할 계획이다. 세액공제 혜택 홍보에도 나섰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법정기부금'에 해당한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기부금의 15%를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받는다.

그렇지만 세제 혜택이 기부 동기가 되긴 어렵다. 경제적 효용성을 따진다면 재난지원금을 받는 게 이득이다. 재난지원금 수령 포기에 대한 보다 분명한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

기부 사실을 인증하는 '온라인 배지'는 효과적인 넛지가 될 수 있다. 기부자에게 온라인 배지를 발급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부자에게 자긍심을 안기는 동시에 온라인 배지가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부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실물 배지를 제작하지 않아 투입되는 비용도 적다.

온라인 배지의 넛지 효과를 높이려면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기적인 연동이 필요하다. 기부자 이름이나 순번을 배지에 명시한다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한 사회 캠페인들은 상징성 갖춘 '표식'을 갖췄다. 최근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유행한 스테인 앳 홈 챌린지에서 '두루마리 휴지', 과거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선 '얼음물'이 표식 역할을 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손등 투표' 역시 한 사례다. 두루마리 휴지로 트래핑하거나 온몸에 얼음물을 끼얹는 것처럼 표식을 활용한 행동으로 눈길을 끌면 다른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난으로 번진 심각한 위기다. 그렇다고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위기 극복이 이뤄질 이유는 없다. 온라인 배지는 자신의 몫을 내주는 기부의 의미를 키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기존 정책의 틀을 깬 상상력에서 탄생한 대책이다.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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