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에겐 '가합의안', 주호영에겐 '제안'

[the300][300소정이]

이해진 기자 l 2020.06.13 08:35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6.12/뉴스1


받아서 던지기까지 했지만 끝끝내 '합의안'은 아니었다고 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제안을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1일 밤 만나 얘기하고 12일 아침까지도 만나 중지를 모은 결론이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내주는 대신 예결위원장·국토위원장 등 '노른자' 7개를 가져오기로 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없애겠다는 약속도 뒤따랐다. 

그런데 내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겸연쩍었던 걸까. 합의한 적은 없고 단지 민주당의 '제안'일 뿐이었다고 해명한다.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메신저'였을 뿐일까. 

반면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마라톤 협상' 끝에 도출한 '가합의안(假合議
案)'이었다고 한다. 

'가(假)'자가 붙은 이유에 대해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서를 쓰지 않은 것은 양당이 의총에서 추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말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수석은 "오보이며, 합의한 바 없다 하는 것은 양당 합의 결과물을 부인하는 구태 정치"라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통합당이 판을 깬 모양새가 됐다. 흐름도 여당에 나쁘지 않다. 패를 보이며 '양보' 코스프레를 한 결과다. 스스로 "최대치를 뛰어넘는 양보"라며 분위기를 잡아간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받는다면'이란 명분으로 본회의서 표결에 붙이면 상임위 18개 모두를 가질 수도 있다. 실제 김태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제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관석화처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3일이란 시간을 여야 모두에게 줬지만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말 동안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제 협상은 않겠다는 입장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협상을 안하겠단 것이 아니"라면서도 "우리는 양보 이상 양보를 했다. 내 줄 카드는 다 준 것이고, 키는 통합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젠 공을 넘겨받은 통합당의 시간이 됐다. '가합의'든, '제안'이든 거기서 협상을 밀고 당겨야 한다. 수적 열세뿐 아니라 협상의 공간도 조금씩 좁아드는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는 판을 흔들 '역제안'과 또다른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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