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 '대국민 사과'… 성난 '민심' 달랠까

[the300]

서진욱 기자 l 2020.07.03 15:5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 전 자료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서 국민께 송구,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당에서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대책 지시에 힘을 싣는 동시에, 민심 이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해찬 "대단히 송구" 대국민 사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데 대해 국민들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이 대표는 "주택공급, 임대사업자 정책, 부동산 규제 정책, 투기 정책 등을 모두 점검해서 내집 마련과 주거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은 "가계 유동성이 1500조원을 넘어가기 때문에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기 마련"이라며 "금융 규제 마련에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다주택자 공직자들의 주택 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다주택자들에게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지시를 따르라고 압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다주택 공직자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기 수요가 꺼질 때까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정부가) 실수요자 대상으로 공급 물량 확대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집권여당의 일원으로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이 다주택 처분 권고를 받고도 일부 참모가 따르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기회에 청와대 참모뿐 아니라 장차관, 고위공직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다주택을 자발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질책' 이은 민주당 '사과'… 이유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다주택 공직자 주택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다주택 청와대 공직자 즉각 교체와 부통산 투기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은 실효성 갖춘 부동산 대책을 지시한 문 대통령의 행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부동산 시장 관련 긴급 보고를 받았다. 그러면서 투기성 보유자 부담은 강화하고, 실소유자를 위한 주택 공급은 확대하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당정 모두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대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부동산 관련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김현미 장관에 대한 질타도 담겼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결위에 나와 "(부동산 정책이)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부동산 정책은 22번째가 아닌 4번째"라는 발언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의 노영민 비서실장 아파트 처분 해프닝을 수습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전날 청와대는 서울 반포와 청주에 아파트를 보유한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밝혔다가 청주 아파트로 번복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전달 착오라고 해명했으나,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에 찬물을 끼얹는 실수였다. 노 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다주택 처분을 강력 권고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의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최근 2개월 사이 급락했다. 일부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50% 밑으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30대에서 부정 평가가 급증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대북 관계 악화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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