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서울시장 공천' 말바꾼 이재명

[the300]

이해진 기자 l 2020.07.23 05:30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VS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불과 이틀만에 말을 바꿨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며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의 당시 발언은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데 이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상황인 만큼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며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자 자기 약속인 무공천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지사는 "(당헌·당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며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했다. 

이 지사가 말을 바꾼 것을 두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질타 때문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 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 발언을 두고 "지금 이야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주자와 잠룡들의 톤이 다른 발언도 이 지사에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을 다시 뽑는 건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너무 명분론에만 매달리기에는 워낙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은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텐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며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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