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민심 이반?…野 잘해서가 아닙니다"

[the300][소소한 정치 이야기]

이원광 기자 l 2020.08.18 15:11
전광훈 목사와 변호인단이 지난 6월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교회 철거 및 용역의 충돌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정부·여당의 무능이죠. 통합당이 잘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극우 세력과) 절연하고 젊고 합리적인 스탠스(입장)도 갖춰야 합니다.” -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거대 양당을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1대 첫 임시국회가 끝난 시점에도, 양당 간 지지율이 뒤집힌 때에도 민주당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 반면, 통합당 존재감은 미비했다. 한 마디로 ‘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해서’가 민심 변화의 이유라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최근 교수 5인(이내영 고려대·신율 명지대·이준한 인천대·장덕진 서울대·이원재 카이스트), 정치평론가 3인(김현성·박상헌·박창환)과 전화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정치는 상대 평가’라고 입을 모았다. 양당 체제가 공고한 한국 정치에서 한 진영의 실점은 다른 진영의 득점이다. 통합당이 특별한 성과 없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민주당의 ‘약점’은 진영 논리다. 조직은 ‘포지티브 피드백’(긍정 반응)과 ‘네거티브 피드백’(부정 반응) 등 두 가지 신호를 받는다. 조직을 기분 좋게 하는 긍정 반응은 항상 받아들인다. 관건은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부정 반응인데 현재 민주당에는 이를 수용할 역량과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부정 반응에 대한 의사 결정권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결정권자를 둘러싼 인사들이 부정 반응을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개인이 아닌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똑똑한 지도자도 자기 쪽이 아닌 사람을 경제 수장으로 앉혔다. 조직 외 바깥 정보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참모들을) 많이 바꿨다. 권력 안정화 목적도 있지만 정보를 다층적으로 듣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판에 통합당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합당은 일부 극우 세력에 갇혀 균형 감각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년째 받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전 목사는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후 이달 15일 보수단체 광화문집회에 참석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정부가)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 갖다 부었다”고 황당한 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15일 전 목사의 집회 참석에도 국민적 관심이 몰렸으나 통합당은 사실상 ‘노코멘트’ 했다. 일부 의원들은 “특정 세력 집단에 대한 공격은 코로나 확산 저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진 후인 18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방역적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됐다. 해서는 안 되는 것”라고 밝혔다.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이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통합당 지지율이 4년만에 민주당을 앞질렀으나 당내 누구도 통합당 성과라고 내세우지 못한다. 민주당의 성적표에 따라 통합당 지지율이 출렁이는 게 현실이다. 통합당이 일부 극우 세력과 ‘거리두기’에 성공하고 대안 세력으로서 주도권을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17일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도는 36.3%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34.8%)을 앞섰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주간 조사 기준 양당 지지도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YTN 의뢰로 이달 10~14일 진행됐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 4만6718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2515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0%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지지율의 역전 현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잘 되고 잘못하는지 스스로가 평가하기 때문에 지지율로 나타나지 않나"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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