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 것은 노인의 잘못이 아니다

[the300]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l 2020.10.08 05:00

10월 2일 노인의 날은 추석 연휴였다. 지역구인 안산 곳곳에서 마주친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고립감과 두려움이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우리 사회의 아픔이지만 그 책임을 미뤄두었던,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우리나라 노인은 자살률 1위, 상대적 빈곤율 1위(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다. 노인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루에 노인 10명이 자살로 돌아가신다. 이 칼럼을 쓰는 순간에도 어디선가 노인 1명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65세 노인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회원국 평균보다 2.9배 높다고 보고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고 경찰청 발표 자료에 의한 자살원인은 경제와 질병, 정신적 문제가 가장 높았다. 질병과 정신 문제도 결국 경제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8.8%로 OECD 평균 12.1%와 비교하면 4배나 높다. 반면 국내총생산(GDP)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비율은 2.2%로 OECD 평균 7.7%를 노인에 대한 지출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 노인의 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11.9%, 노인부부가구도 소득의 22.5%에 불과하다. 이는 2003년 기준 공적연금 소득이 90.6%를 차지한 네덜란드, 프랑스(88.5%), 독일(86드, 프랑스(88.5%), 독일(86.7%), 스웨덴(85.9%), 이탈리아(81.1%), 영국(72.1%), 아일랜드(62.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인소득을 위해 지금보다 3배는 지출해야 OECD 평균 정도 지출이고 이 정도 늘려야 노인 빈곤이 해결된다

지금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노인 빈곤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일부 계층에게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저생계비나 다른 소득과 연계하여 감액하면서 소득율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있고 오히려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노인 간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정기적으로 들르는 안산의 한 노인정에서 기초연금때문에 어르신끼리 다투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한 할머니가 “내 평생 고생해서 돌아가신 남편이랑 조그만 집 한 채 달랑있다. 변변한 수입도 없는데 어째서 나한테는 기초연금을 안 주느냐?”내게 말씀하시니 옆에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당신은 집고 있고 자식도 있잖아. 나같이 집도 없이 혼자사는 사람들이나 받아야지 별걸 다 욕심낸다”며 쏘아붙이신다. 그러자 “자식새끼 하나 있는 게 돈도 제대로 못 벌어서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데 자식이 뭔 소용있어.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마!”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까 빨리 말린 적이 있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노인이 노인이 된 것은 노인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 노인은 대한민국이 일어서는 것보다 잿더미에서 장미가 피는 게 빠를 것이라는 나라를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로 만들었다. 일 밖에 모르는 사람, 자식 입에 밥 들어 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던 사람. 그들이 지금의 노인이다. 

자식과 국가가 당연히 부양할 것이라 믿고 헌신했는데 남은 건 지친 육체와 가난이다. 노인소득 문제는 우리 공동체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는 현재 노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현재 청장년들의 미래 노후문제다.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한 기초연금 지급을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청년과 노인을 일자리 경쟁관계로 만들거나 50년간 세월의 차이를 세대 간의 갈등으로만 부각시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그만 두기 바란다. 세대간 이해와 공감으로 더 절실하게 노후보장 문제에 머리를 맞대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은 보편적 복지의 영역이다. 노인에게 닥치는 사회적 위험은 공동체의 책임이다. 아동이 공동체 책임이기에 조건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듯 노인도 조건없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인의 소득 안정화를 위한 기초연금 제도 재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노인권리선언문은 "모든 노인은 일정하게 확보된 안정 상태에 대한 권리와 인생의 말년에 고민과 근심에서 해방된 생활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말한다. 행복한 노인 사회를 만드는 길에 대한민국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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