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가시밭길 10년… 서울시장 '탈환' 이뤄질까?

서진욱 l 2021.04.07 16:0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가진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0년간 가시밭길을 걸었다. 2011년 서울시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 두 번의 총선 출마를 통해 정계 복귀를 시도했다. 결과는 낙선의 연속이었다. 유권자들의 '관심 밖' 인사가 됐다는 냉혹한 평가마저 받았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는 오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정치 인생의 절정과 나락을 경험한 서울에서 재기를 노린다.



2011년 무상급식 갈등 국면에서 서울시장 '자진사퇴'


오 후보는 2011년 8월 26일 서울시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물러나겠다는 공언을 이행한 것이다. 직을 걸며 배수진을 쳤으나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개표 하한선인 33.3%를 넘지 못해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다. 패착이었다.

당과 참모들의 만류에도 오 후보는 자진사퇴를 강행했다. 애초 스스로 주민투표에 직을 건 게 자충수가 됐다. 오 후보는 시민들과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연임 1년 만에 시청을 떠났다. 가시밭길 10년의 시작이다.

2011년 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별관 브리핑실에서 시장직 사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사진=홍봉진기자.


2011년 무상급식 사태는 이번 보궐선거 국면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오 후보는 당시 시장직을 건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다만 선별적 복지 원칙을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무상급식을 저지하려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선되더라도 무상급식 정책을 이어나가겠단 의사도 밝혔다.

오 후보는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영국 유학을 떠났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자문단으로 페루 리마시청, 르완다 키갈리시청에서 공공행정 자문 활동을 펼쳤다. 현실 정치와는 명확한 거리를 뒀다.



2016·2020년 총선 '낙선'… 더욱 좁아진 정치적 입지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서울 종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손으로 승리의 V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밤 오세훈 후보는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낙선을 인정했다. /사진=뉴스1.


5년 가까이 잠행을 거듭하던 오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 복귀를 시도한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5선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었다. 오 후보가 정 의원을 20%p 안팎으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총선 전승' 정 의원의 뒷심은 강했다. 선거 직전 조사에서 정 의원이 오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초박빙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정 의원의 압승이었다. 정 의원은 득표율 52.6%를 기록, 오 후보(39.7%)를 12.9%p 차로 여유롭게 따돌렸다. 오 후보의 화려한 복귀는 무산됐고, 수도권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패장 중 한 명으로 남았다.

오 후보는 지난해 21대 총선에도 출마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서울 광진을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섰다. 여야의 유력 정치인인 추 전 장관과 오 후보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민주당은 광진을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정한다. 정치 신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오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웠다.

개표 결과 고 전 대변인의 신승이었다. 초접전 끝에 2.6%p를 더 얻은 고 전 대변인이 오 후보를 제쳤다. 그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수도권 돌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인물과 대결에서 패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이 상당했다. 총선 연패로 오 후보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여의도 복귀가 무산된 오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보궐선거 출마 '승부수'… 10년 만에 시장 '탈환' 이뤄낼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천 앞에서 가진 선거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 후보는 지난 1월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권의 꿈을 접겠다고 약속했다. 당내에선 오 후보가 여성 가산점을 적용받는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본경선에 오른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과 단일화는 시도조차 못했다.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 본경선 승자는 오 후보였다. 오 후보는 '깜짝 역전'에 성공하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오 후보의 다음 경쟁상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다. 일대일 구도가 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한 오 후보로 상승효과가 발현됐다. 결국 오 후보는 안 대표까지 제치며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경선 과정에선 감정싸움까지 벌였으나, 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며 '아름다운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날 선거에서 오 후보의 10년 만에 서울시장 탈환 여부가 결정된다. 오 후보는 전날 선거운동을 마치며 "많은 서울시민 여러분을 뵙기 위해 뛰어다녔는데 내일이 심판하시는 날이다. 지난 10년 세월은 서울시의 정체기였고 어떤 의미에선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이제 다시 힘차게 뛰는 서울로, 비상하는 서울로 반드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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