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되면 세금으로 5000억 주자" 파격제안, 왜?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9>종합좌담회②망국의 캠프정치

박종진 l 2021.09.22 10:00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세금으로 5000억원을 만들어서 대통령 당선 캠프에 주자"

우리나라 대표적 사회학자가 파격적 제안을 소개했다. 대한민국을 망쳐온 제왕적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패거리 정치, 캠프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 극약처방도 불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미래 어젠다는커녕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의 수렁에서 구시대 사고에 발목 잡힌 정치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KIPPS)와 함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점검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제19·20대 국회의원)의 진행으로 송호근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식 전 국회의원(제18·20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송 교수는 '캠프 펀드'를 소개했다. 염재호 고려대 전 총장의 아이디어인데 세금으로 조성한 5000억원을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 주되 집권 기간 동안 캠프 인사들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당선인은 그 기금으로 캠프에서 수고한 많은 사람들에게 논공행상하고 대신 인사권을 제한받는 셈이다.

송 교수는 "'캠프 없이는 대선을 못 한다면 이렇게라도 하자'는 것이 염 전 총장의 주장"이라며 "여기에 덧붙인다면 대통령은 딱 50명 정도만 낙하산으로 동원할 수 있고 나머지 캠프 관련자들은 일체 공직 등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육지책은 대통령제의 고질적 병폐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니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이니 하는 문제가 결국 나라의 의견 수렴 시스템을 망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해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 사진 오른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전 의원), 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선 캠프가 결국 당선 후 청와대 등으로 그대로 옮겨가고 이런 끼리끼리 정치문화가 5년간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에 비하면 아예 5000억원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논리다.

송 교수는 "문재인 정권만 해도 캠프 출신 인사들이 집값부터 해서 경제 정책을 모조리 다 망쳐놓고 손을 놔버렸다"고 했다.

궁극적 지향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다. 송 교수는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권을 제한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을 없애고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 최고의 정책통으로 불렸던 김성식 전 의원도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정치권은 열렬 지지자 중심의 진영 정치에 갇혀 있으면서 피폐해진 국민의 감수성을 아예 잃어버렸다"며 "저 사람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 이거에 따라서 국정 운영하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합 정치를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권력 독점이 아니라 자기 당내에서부터 혹은 당밖까지 포함해서 어떻게 연합 정치를 이뤄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우리에게 닥쳐오는 AI(인공지능) 시대, 기후변화, 팬데믹, 미중 경쟁 문제 등 융합의 대전환 과제에서는 연합 정치 외에 돌파구가 없다"고 밝혔다.

정치학계 대표 석학인 박명림 교수는 "5년마다 국가 전체 정책이 뒤바뀐다"며 "캠프 중심, 후보 중심 구도가 그대로 청와대 권력을 장악하고 5년에 한 번씩 모든 판을 갈아엎는 그런 체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대선후보는 5년간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까를 말하지 말고, 5년간 어떻게 대통령 권한을 국회 및 내각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할지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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