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민주당 혁신위원장, 결국 사의…"마녀사냥 유감"

오문영, 박상곤 l 2023.06.05 19:12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막말 논란에 휩싸인 이래경 신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결국 임명 하루도 안 돼 사의를 표명했다.

이 혁신위원장은 5일 오후 민주당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혁신위원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간절히 소망하건대 이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민주당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할 적임자를 찾기를 바란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흔들림 없이 당과 함께 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번 상황을 매듭지고자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혁신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실 검증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기자들의 말에 "당에서 부족한 부분은 부족했던 대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혁신위원장은 다른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혁신위원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는지 묻는 말에는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 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할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전권을 위임할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혁신위원장이 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당 안팎에서는 그의 출신 면면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제기됐다. 특히 이 혁신위원장이 이 대표 지지 행보가 조명받으면서 당초 혁신기구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 인선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혁신위원장은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구성된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SNS(소셜미디어)에 이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다수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보면 볼수록 이재명은 든든하고 윤석열은 불안하며 알면 알수록 이재명은 박식하고 윤석열은 무식하며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는 글이 적힌 사진을 공유했다.

그가 과거 여러 차례 반미국·친중국·친러시아적 면모를 드러내 온 점도 논란이 됐다. 이 혁신위원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두고 "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지난 한국 대선(대통령선거)에도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하였으리라"고 했다.

지난 3월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ICC 존재를 완전 무시하던 자들이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자 ICC 이름으로 전쟁 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범죄자로 몰다니"라고 적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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