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때 잘했다 아이가"...'소통왕' 홍순헌, 해운대 이변 낳을까

[the300][2024 빅매치 르포] 부산 해운대갑①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산=이승주 l 2024.04.03 06:00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에서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상인과 손을 잡은 채 과일을 구경하고 있다./사진=이승주 기자

"구청장 때 일 잘했다아이가. 진짜 돼야 될낀데."

지난 1일 오전 9시30분쯤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 이곳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70대 남성 상인은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커피를 주며 이같이 말했다. 상인은 "시장 반응이 좋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남은 일주일이 문제다. 좋은 결과 있을끼다"라고 했다.

이번 4·10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홍 후보는 야권의 '험지'(도전지)로 분류되는 부산 해운대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 후보는 해운대구청장 출신으로 민선 7기(2018~2022년) 때 처음으로 보수정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이후 구청장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당시에도 30% 후반대의 득표율을 보이며 지역 기반이 비교적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장에서도 홍 후보는 상인 등에게 "오늘 아부지는 안 나왔으예?" "형은 어디 갔노"라며 가족의 안부를 묻는 등 허물없이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홍 후보는 쭈그려 앉아서 호두를 까고 있는 상인에게 "오늘은 뭐 깝니꺼. 호두는 우째 까는지 보고 가자"라며 먼저 다가가 함께 팬치로 호두 껍데기를 까면서 호두 기름의 효능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했다.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호두 깎는 법을 배우고 있다./사진=이승주 기자


홍 후보는 "제가 구청장을 하면서 4년 동안 구정을 이끌어간 모습을 굉장히 좋게 보시는 것 같다. 구민분들 만나면 "홍 구청장 일은 최고였다"고 말씀하신다"며 "선거 운동을 하는 데에 굉장히 도움이 되고 국회에 가더라도 구민분들이 보내주신 신뢰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특히 소통을 강조했다. 홍 후보는 "청장직을 맡았던 4년 동안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민원실에 근무했다"며 "누구든 찾아오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즉시 해소할 수 있는 민원이면 바로 조치를 취했다. 일부 구민들은 지금도 "홍 청장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국회에 가더라도 금요일마다 해 온 구민들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홍 후보를 지켜봐 왔다는 상인들은 "홍 후보가 제일 자주, 제일 정성스럽게 인사를 하러 온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장사했다는 한 상인은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데 홍 후보님은 매일 여기를 왔다 갔다 한다. 선거하든 안 하든 (여기) 와서 인사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50대 남성 상인도 "홍 후보는 저번에 구청장 떨어지고 나서도 여기 상인들한테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다. 그때 '이 사람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본성은 몰라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다른 후보에게서는 느끼지 못한 부분"이라고 했다.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왕'다운 면모를 보였다. /사진=이승주 기자

한편 이날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일 잘했던 홍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쪽과 "그래도 당 때문에 안 찍을 것"이라는 쪽이 팽팽하게 갈리는 양상이었다.

부산 해운대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50대 여성 상인은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하지 않느냐"며 "홍 후보는 청장 때 일 잘했어요. 내 주변 50대는 다 홍 후보 뽑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긴 빨간색 아니면 무조건 안 된다 카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 70대 여성 상인은 홍 후보에 대해 "사람은 좋다. 청장 때 일 잘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제 당이 아니니까. 지지하는 당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80대 남성 상인 역시 "홍 후보가 인물은 괜찮아. 일도 잘하고 인사도 싹싹하게 잘하고. 근데 당이 문제야. 당만 바꾸면 좋을 텐데"라며 "주진우 후보는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처음이니까 잘 몰라도 일단 국민의힘이잖아요. 그러니까 뽑지. 무조건 2번이야"라고 했다.

홍 후보는 "2018년 구청장 선거 때 제시했던 78개 공약 중 77개를 지켜 이행률 98.7%를 달성했다.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며 "4년 동안 청장직을 맡으며 직원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주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당선된다면 중앙 공무원들이나 지역 공무원들과 소통하며 민생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갑은/그래픽=조수아


◇ 부산 해운대갑은?

해운대갑은 '부산의 강남'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으로 PK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보수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한차례도 민주당계 후보가 국회 입성을 하지 못했다. '해운대구·기장군 갑'에서 현재 단일 선거구로 변경된 2016년 20대 총선부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리 당선됐다.

현재 해운대갑 현역인 하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당시 유영민 민주당 후보를 상대해 10.74%포인트(p) 차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던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하 의원은 이 지역에서 59.47%의 득표율을 보이며 유 후보를 22.09%p 차로 제쳤다. 이번 22대 총선에선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와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홍순헌 민주당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진보정당에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해운대갑은 최근 그동안 흐름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KBS부산과 국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4일 조사(성인 500명 대상, 무선 100%,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한 결과 홍 후보의 지지율은 43%로 39%인 주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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