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정의 부활'…尹, 남은 3년 '민심잡기'에 사활

[the300]신임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대검 차장 인선

박종진 l 2024.05.08 05:32
또 웃으며 질문받은 尹대통령, 민정수석 부활 "민심 청취 취약"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고 있다. 2024.05.0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부활하고 신임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62·사법연수원 18기)을 인선했다. 민정수석 아래에 신설되는 민정비서관에는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을,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앞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역임했던 이원모 전 비서관을 각각 내정했다.

윤 대통령은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고 민정수석 설치 배경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종 웃음을 띄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등 적극적 소통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민정수석 부활과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브리핑룸을 떠나기 전에 질문도 2개 받았다. 지난달 22일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을 발표할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달 9일에는 2022년 8월 이후 21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4.10 총선 패배 이후 소통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이번에 민정수석실을 설치하기로 했고 새로이 민정수석실을 맡아줄 신임 김주현 민정수석"이라고 소개했다. 김 수석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차관, 대검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실은 "법무행정을 두루 경험했고 풍부한 대 국회, 대 언론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을 부활하게 된 이유로 '민심 수집 기능'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관련 질문을 받고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그동안 취임한 이후부터 언론 사설 등으로 주변 조언을 많이 받았다"며 "'모든 정권에서 다 둔 기능은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건데 민정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그래서 저도 고심했고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역기능을 우려해서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 취임 2년만에 민정수석실을 복원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아무래도 민정수석실을 복원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고 지난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할 때도 야당 대표단에서 민심청취 기능에 대한 지적을 하더라"며 "대통령 참모들에 일선의 민심이 잘 전달 안되는 것 같다 얘기를 듣고 저도 민정수석실 복원을 얘기한 바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영수회담 당시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등에게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까 민심 정보,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며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을 없앴다가 나중에 2년 뒤에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며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2024.05.0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또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 민정수석 임명을 두고 야당이 특검 방어용 등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는 질문에는 "종전에도 공직기강 업무와 법률 업무를 서로 따로 두는 것보다 비서실장이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둘을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며 "아무래도 민심 정보라고 하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보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정보 자체가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도 법률가 출신들이, 대부분 검사 출신들이 민정수석을 맡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법리스크 대응이 아니냐는 항간의 지적에는 '민정수석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될 문제이지 저에 대해서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신임 수석은 "저는 앞으로 가감없이 민심을 청취해서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 정책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불편함이나 문제점, 그런 것들이 있다면 국정에 잘 반영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정수석 임명에 따라 대통령실은 후속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민정수석 산하에는 현재까지 민정수석의 기능을 대신해오던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두고 여기에 추가로 민심 정보를 수집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한다. 이전 청와대에서 사정기관을 담당했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로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발표한 후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2024.5.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민정비서관에는 이동옥 행안부 대변인이,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비서관이 기용된다. 이영상 법률비서관은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난 주진우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올해 1월부터 일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행정안전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행정 전반에 이해도가 높아 각 영역으로부터 민심을 수렴해야하는 민정비서관의 역할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각별한 신임도 받아왔다는 평가다. 또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실 산하에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을 계속 맡게 되는 만큼 비(非)검찰 출신으로서 균형도 맞춘다는 취지다.

이시원 현 공직기강비서관의 후임으로는 이원모 전 비서관이 곧 임명된다. 이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후배 검사 그룹의 막내로서 2022년 5월 정부 출범 때부터 인사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경기 용인갑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이로써 용산 대통령실은 '3실장 7수석'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2022년 5월 정부 출범 당시 2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5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 체제로 시작했으나 정책 기획·조율 기능 등의 보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같은 해 8월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이어 정책기획수석은 국정기획수석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지난해 12월 신설된 정책실장으로 옮기면서 '국정기획수석'은 사라졌다.

대신 올해 1월 과학기술수석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6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과학기술)' 체제가 됐고 다시 민정수석이 추가됐다. 국가안보실 산하 1(외교)·2(국방)·3(경제안보)차장을 포함하면 수석급은 10명이 된다.




첫 출근때 민정수석 폐지→부활…尹대통령은 왜 달라졌나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고 있다. 2024.05.0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 2022년 3월14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처음 출근해 이렇게 밝혔다.

그로부터 약 26개월 뒤인 취임 3년 차를 맞는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부활했다. 4.10 총선 참패 뒤 연이어 추진하고 있는 인적 쇄신과 국정운영 방식 변화에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검찰청 차장 출신의 신임 김주현 민정수석(62·사법연수원 18기) 인선을 발표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애초 '민정수석 폐지' 공약이 나왔던 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민정수석의 부작용을 잘 알았던 까닭이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논란 등 생생한 장면을 지켜봤던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정수석 폐지 소신을 밝혀왔다. 실제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면서 민정수석을 없앴다. 본인이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만큼 민정수석을 두지 않아도 관련 업무는 잘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민정의 빈자리' 컸다…사실상 '민심 수석'의 역할 절실


그러나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정 현실에서 민정수석의 빈자리는 만만치 않았다. 한번 내걸었던 공약은 좀처럼 되돌리려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되살린 배경에는 총선 패배의 영향이 컸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속한 현안 대응에 실패해 결국 선거에 졌고 이는 발 빠르고 정확한 민심 파악을 바탕으로 하는 정무적 대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고 있다. 2024.05.0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민정(民情)은 원래 국민의 형편과 사정을 살핀다는 뜻이다. 사정기관 장악 등 '정권의 칼날'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 있지만 본질적 기능은 민심 수렴이다. 정권의 탄압에 생명을 위협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민정수석을 폐지했지만 옷 로비 사건 등을 경험한 뒤 집권 2년차에 여론 수렴 기능 강화를 내세우며 이를 부활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혔듯이 그동안 여권 안팎은 물론 야당에서조차 대통령실 민심 파악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동안 각 수석실에서 민심 파악 업무를 나눠맡아 왔지만 관료제의 특성상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되기 쉽다. 누군가는 전체 국가적 관점에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교차 점검해 정확한 민심으로 전달해야 한다.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조직 구조상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석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민정수석실의 기본 업무는 민심 파악 외에도 대통령실 내 법률 관련 업무, 공직감찰, 사정기관과 업무 조율 등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률(법률비서관)과 감찰(공직기강비서관) 등 일부 업무만 수석(차관급)보다 한 단계 낮은 비서관급(1급) 영역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둘(공직기강과 법률)을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수석의 존재는 대외적으로도 중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긴장감 차원에서 대통령실이 주는 무게감은 전혀 다른데 담당 수석이 있어야 때로 장관한테도 쓴소리를 할 수 있다"며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에서도 부처 이기주의를 깨고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대통령실에서 보는 눈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했다.



특검 대응용? 尹 "제가 풀어야" 적극 소통 의지 강조


물론 야권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민정수석을 통한 사정기관 장악'이라는 공세는 계속될 수 있다. 일단 윤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직접 브리핑을 하면서 내내 웃음기를 띄고 있던 윤 대통령이었지만 '민정수석 부활이 특검 등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시선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야당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안'이나 추후 제기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등의 공격에도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할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당시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민정수석실 폐지를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으나, 제22대 총선 참패 후 '민심 정보' 청취 기능 강화를 위해 2년 만에 다시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윤 대통령은 9일 열리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개월 만에 공식 기자회견인 만큼 주제 제한 없는 질문을 강조하면서 각 수석실별로 여러 현안에 답변을 마련 중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첫 영수회담에 이어 연이은 '직접 인사 발표와 질의응답', 그리고 기자회견까지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임기 3년도 압도적 다수의 야당에 입법권력을 내준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편 민정수석 발표에 따른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된다. 민정수석 산하에는 민심 정보를 수집할 민정비서관을 신설하고 기존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이관할 계획이다. 청와대 시절 80여명에 달했던 민정수석실 인원은 현재 50명 남짓으로 줄었는데 인원도 일정 부분 회복될 예정이다. 과거 특별감찰반과 같은 외근 조직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는 전혀 없었는데 이 역시 생길지 주목된다.

과거 치안비서관 기능을 담당할 사회안전비서관(가칭) 등을 신설하는 방안은 검토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치안비서관 역할을 새롭게 맡을 조직을 민정수석 혹은 정무수석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국정상황실에 치안 기능을 강화하는 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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