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난항, 대안은 생활임금?…현실성은

[the300-생활임금제 논란-①]새정치聯, 6·4지방선거 이후 '생활임금' 도입 시동…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공약' 지적도

박광범 기자 l 2014.06.26 07:11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대한민국 2014년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월 108만8890원(월 209시간 근로 기준).

올해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29일)이 코 앞에 닥쳤지만 25일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은 예년처럼 난항을 겪고 있다. 양대 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소 시급 6700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4년 연속 '동결'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그나마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수준이다. 한국의 2014년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5.10달러(1달러당 1020원 기준)인데, 이는 일본(9.16달러)의 절반수준이며, 미국(7.25달러), 영국(9.57달러), 프랑스(12.55달러)는 물론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5.79달러)에도 못 미친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최저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생활임금제'다. 생활임금이란 가족 부양이 가능하고 인간적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로, 보통 최저임금보다 임금 수준이 높다.

생활임금은 특히 지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정책공약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방정부 조례 제정 및 행정명령으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앙당 차원에서 '생활임금' 개념을 법안에 명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 대표발의)'을 통과시키겠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과 안전,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정부 예산·정책 협의회의'에서 "생활임금제 개념의 도입을 통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상시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원칙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생활임금제가 지자체에서 시행되면, 이후 민간부문까지 자발적으로 확산돼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이 지자체장을 맡고 있던 서울 노원·성북구와 경기 부천시는 2013년부터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구청 소속 시설관리공단 근로자들이 대상이다. 이들 지자체장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도 모두 승리했는데, 생활임금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생활임금제 도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생활임금제 도입이 제대로 되려면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적 의존성이 높은 현행 지방자치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지자체가 재정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데 따른 민간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최저임금과의 차액분을 세금(지자체 예산)으로 메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들이 집권한 지자체에서만 생활임금제가 도입될 경우,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등 수도권 지자체에서 집중적으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는데, 해당 지자체에만 생활임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에 대한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자치법 제11조 5항에 따르면 근로기준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는 국가사무로서 지자체 처리가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월 도의회의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또 생활임금제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근로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환노위 관계자는 "야당은 구체적 재원마련책 없는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섣부른 생활임금제 도입은 결국 시민들의 조세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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