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청문회 주요 증인 옥시·김앤장…"미안하다, 모르겠다"

[the300]29일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시작…김앤장 증거조작 여부도 집중 추궁

김세관 기자 l 2016.08.29 13:59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청문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2011년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에 의한 질환의 인과성이 검증된 이후 5년만에 국회에서 가해기업 및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청문회가 열렸다. 유해물질인 PHMG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와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RB), 이들을 변호한 법무법인 김앤장이 이날의 주요 청문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법인 대표인 아타 샤프달 대표만 청문회에 참석했을 뿐 국회가 요청한 영국 본사 관계자들은 전원 불참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사프달 대표도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사과는 하면서도 후속 조치가 늦어진 것에 대해 "본사의 방침이고, 당시 대표로 있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만 하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9일 청문회를 열고 사태발생 원인 파악과 함께 옥시 등 가해 기업들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B 본사의 소비자안전지침을 보면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고 안전한 품질의 제품만 판매한다고 돼 있다"며 "그러나 RB는 본사의 지침 중 그 어떤 것도 한국에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RB가 인수하기 바로 전) 옥시는 PHMG가 들어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실험을 미국에 의뢰한다. 독성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기들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RB글로벌 호주연구소 책임자가 인수 두달 전 한국 옥시연구소를 방문해 26명 직원을 두명으로 줄이라는 감축을 요구하고 흡입독성도 중단됐다. 인가관계를 증명해야 하는데 청문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샤프달 대표는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겪은 상처와 슬픔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PHMG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도 흡입독성을 하지 않는 등의 일은 RB가 옥시를 인수하기 이전에 발생한 일이다. 인수 이전 일어날 일이라 정확히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샤프달 대표의 답변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PHMG로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정하고 흡입독성 실험 없이 판매를 한 게 RB의 옥시 인수전이라고 해도 인수와 매우 인접한 시점에 (제품 개발이) 일어났던 일"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회사를 인수할 때 그 회사의 주력 판매 제품의 안전성에 대 우리 (인수) 이전에 판매되고 제조된 거라 얘기하는 것은 책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의원은 최근 최대 10억원의 피해 배상액을 발표하고 피해자들과 협상을 시작한 옥시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피해자들의 긴박한 상황을 틈타 재판결과 전에 무리한 합의를 종용하는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옥시로부터 의뢰받은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실험이 의뢰자인 옥시에 의해 중단된 사건도 이날 주요하게 다뤄졌다. 옥시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유해성 판단에 반박하고자 독성 심사를 서울대와 호서대 KCL에 의뢰했다.

그러나 옥시는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을 입증한 KCL의 연구는 중단하고 독성을 찾을 수 없다는 서울대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서울대 보고서는 실험자가 뇌물을 받고 내용을 조작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 중이다.

특위는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 김앤장이 증거조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은 당시 실험을 총괄한 KCL 연구소장에게 "옥시의 실험 중단 과정에서 김앤장의 요청이 없었느냐"고 물었고 이진규 소장은 "김앤장 변호사의 옥시 입장을 설명하는 전화가 왔었고, 이후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이 김앤장을 대표해 청문회에 참석한 장진수 변호사에게 "(증거조작 혐의 등으로) 검찰 소환조사 등을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장 변호사는 "그 부분은 변론 중인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이 중요한 부분이 빠진 채 2014년 경찰에 제출됐고, 김앤장 변호사가 변호인 자격으로 제출했다"며 "그 때 김앤장 구성원 누구든 (주요 내용이) 빠져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장 변호사는 "증거 조작여부는 알지 못하고 또 증거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최승윤 가습기살균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주어진 발언 시간을 통해 "기업이 제품을 만들면서 거짓으로 제품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건 부작위에 의한 살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특위 청문회를 통해 기업이 절대 하지말아야 될 제품 안전성에 대해 간과한 부분을 한번 더 확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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