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짠~ 허드라고~ 그래도 본선은 안철수 해야제~"

[the300][르포] 민주당 경선 투표 하루 앞둔 광주 민심은…文 대세론 속 이변 가능성 '솔솔'

이재원 이건희 기자 l 2017.03.26 20:34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이 대세긴 하지, 근디 호남에 잘 할러나 모르겠어~ 이재명이? 짠~ 허드라고~ 그래도 본선은 안철수여"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첫 전장,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앞으로의 경선 향방을 결정하는 첫 단추. 민주당 경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광주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겐 청와대 입성을 위한 '대세'를 유지해야 할 곳으로. 누군가에겐 2002년 이인제를 꺾은 노무현의 잔상이 남은 곳이다. 지난 24~25일 광주의 민심을 들었다. 민주당 경선을 딱 이틀 남긴 시점에서다.

◇ '문자폭탄 후보'의 압승? 흙수저의 이변?…기로에 선 호남=민주당 경선에서 만큼은 대세론이 건재했다. 정당 지지 여부, 후보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문재인 예비후보의 대세론에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변의 가능성도 여럿 포착됐다.

광주에서 택시를 모는 40대 남성 정모씨는 "광주에서 밀어주든 안 밀어주든 어차피 이번엔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문재인, 못해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되는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프레임에 올라탄 '대세론'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에 대한 반감도 존재했다. '문자폭탄'으로 대변되는 주변의 세력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된 '호남 홀대론'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문 후보에 대해 '박근혜 시즌2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자폭탄만 봐도 그렇다. 심기에 거슬리면 편을 갈라 내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게 그 이유였다.

호남 홀대에 대한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철물점을 운영한다는 50대 김모씨는 "문 후보가 확실하기는 하지, 확실하긴 한디"라면서도 "근디 그사람이 노무현 비서실장 했던 사람인디, 그때 호남이 얼마나 역차별을 당했당가? 분명 또 호남에서 밀어줘도 홀대할 것이여"라고 거부감을 표했다.

대학가 앞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박모씨도 "30대 아들은 정권교체를 해야하니 문 후보를 뽑겠다고 하더라"라며 "아들이 잘 몰라서 그렇다. 평소 광주 사람들 홀대해온 것 생각하면 절대 안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론의 균열 사이로 이재명 예비후보의 인기 상승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연일 이어지는 TV 토론회와 인터뷰 등으로 알려진 이 시장의 소년공 시절의 사연,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중앙대 법대에 입학한 사연 등 '흙수저 이미지'가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50대 박모씨는 이 시장에 대해 "토론회 나와서 하는 얘기 들어보니 노동자 출신이고 아주 바닥 출신이더라. 그렇게 바닥부터 자기 노력과 실력으로 성장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해보면, 아주 짠~ 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많이들 지지혀"라고 민심을 전했다.

여기에 사이다 발언과 활발한 SNS(사회관계망)를 기반으로 한 2030 세대의 지지도 한몫했다. 조선대학교 앞에서 만난 20대 학생들은 "이재명! 사이다!"를 외쳤다. 40대 택시기사 정모씨도 "대학생 조카들이 '손가혁'(이 시장 팬클럽)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 역시 호남에 아무 연고가 없는데다 각종 '사이다 발언'을 편가르기로 느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친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문 후보 '계열'로 분류되는데다, 신인이라는 점에서다. 한 시민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순수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재인이랑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도 다수 있었다. '신선하고, 호감이 가지만 아직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는 평이 주를 이뤘다.

◇ "안될거는 알아~ 그래도 우린 안철수여~" 경선 다음은 본선, 광주는...= 문제는 경선 그 이후이다. 본선에서의 호남 민심은 '확실한 정권교체'와 국민의당, 특히 지난 25일 경선 결과 본선 진출이 유력해진 안철수 예비후보에 대한 '의리' 사이에서 세대별로 갈라졌다. 호남이 지난 대선에서처럼 민주당 후보에게 90% 안밖의 강한 지지를 보내지만은 않을 것임이 포착됐다.

특히 50대,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호남의 사위' 안 후보에 대한 지지는 굳건했다. 민주당 후보로 누가 당선되든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본선 승리가 어려운 것을 알지만, 안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 60대 여성은 안 후보에 대해 "사람이 너무 순수하고 순진해서 문재인한테 속은 것이다. 여론조사 보면 안 될 것 알지만 정직한 사람 밀어주는 것이 낫다"면서 안 후보 지지를 약속했다. 택시를 모는 김모씨도 "어차피 지금 여론조사 대로 갈 것 같으니 우리는 안철수를 뽑는다. 광주는 안철수"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인 만큼, 야권 분열로 인한 정권교체 실패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안 후보를 지지해 '의리'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40대와 2030에서는 본선에서도 문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확실한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현실론에 근거했다. 국민의당에 대한 인기가 한풀 꺾인 것도 작용했다. 

40대 정모씨는 "안철수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교체를 위해서 누가 되든 민주당 후보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사실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때 압승한것도 국민의당이 잘한 것 보다는, 민주당의 인물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즈음은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심하게 갈려, (오프라인에서) 정치 얘기가 쏙 들어가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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