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이철규에 출마 권유한 건 3월초…참패 후 불출마 고언"

[the300]"4일 이철규에 인사하니 '너 나 알아?' 황당 반응…후배가 버릇없이 굴더란 말로 변질돼 유포"

박소연 l 2024.05.10 15:44
박정훈 국민의힘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4.16/사진=뉴스1

박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서울 송파갑)이 10일 이철규 의원이 '출마를 권유했던 사람이 이제와 반대했다'고 자신을 겨냥하자 "당시는 3월 초였고 판세가 불리하지 않았던 때"라고 해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일 한 기자의 결혼식에서 이 의원과 언쟁을 벌인 일에 대해 밝혔다. 박 당선인은 '그 정치인', '그 분'이라며 이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황상 이 의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그 분이 눈을 피하시길래 제가 '인사는 하셔야죠'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대뜸 '너 나 알아?'라고 황당한 반응을 보이셨다"며 "큰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 분의 불편한 마음을 감안해 별 대응 없이 제 자리로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정치인은 제가 공개적으로 (원내대표 출마를) 만류하는 바람에 본인의 간절했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고 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이철규 의원이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수도권 의원들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저 역시 반대한다. 송파을 배현진 의원이 우리 당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리더감"이라고 썼다. 이어 배 의원도 같은 달 30일 이 의원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접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그날 이후 그 정치인은 방송에서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반대했다'고 이야기했다. 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며 "그 권유는 3월 초 통화에서 제가 한 말이었다. 판세가 우리 당에 불리하지 않았던 때였고, 그 정치인이 얼마나 그 자리를 원하고 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덕담식으로 한 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 분은 총선 참패에 큰 책임이 있는 분이다. 총선 이후 성난 민심을 감안해 출마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고언을 드린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 선거 당선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5.9/사진=뉴스1

박 당선인은 "그날 이후 예식장 상황은 '후배가 인사는 해야지라며 건방지게 굴더라'라는 말로 변질돼 유포됐다. 물론 '너 나 알아?'라는 그 정치인의 말은 생략된 채였다"며 "3월 초의 통화가 총선 이후의 대화로 변질 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감정 싸움을 하는 건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제 소신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마타도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정확한 상황을 알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부득이 펜을 들었다"고 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내 일부 의원과 당선인들이 이 의원에게 비공식적으로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했음에도 방송인터뷰 혹은 SNS를 통해 이 의원 출마를 반대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해당 당선인이 배현진 의원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이름을 얘기 안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단언컨대 저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에게 전화든 대면이든 원내대표를 권유한 사실이 단 한번도 없다"며 이 의원과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에 이 의원은 9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인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 의원과 갈등에 대해 "말을 섞을 이유가 없다"며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하고 답하지 않음)"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나는 동쪽을 보고 있는데 서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며 "(배 의원을 저격한 게)아니다. 그분이 초선 의원, 정치 신인이냐"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배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박 당선인 등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초선인 박 당선인을 사실상 저격했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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