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도 '朴心' 공방…야당 강력 반발

대통령 업무보고 후 페이고 법안 부상, 금소법 강공에 야당 반발…영향력엔 한계

진상현 l 2014.02.27 10:04
지방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 이어 2월 임시국회 법안심사에서도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고, 민주당이 무리한 시도라며 반발하면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5일까지 수차례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가동했지만 신용정보보호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금소법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박심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25일 전체회의에서 "금소원 신설 등은 작년 법안제출 이후 법안소위에서 한 번도 심사를 못했다"면서 "2~4월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자고 얘기했는데도, 대통령이 갑자기 업무보고에서 이달 안에 처리하라고 하는 순간부터 법안 절차 과정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아직 충분히 논의가 되지 않은 법안인데 새누리당이 박심 때문에 무리하게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어떤 근거로 청와대 지시라고 발언하느냐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 의원은 "아직 이견이 많아 숙성이 안된 것을 청와대 지시로 말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 측면에서도 유감"이라고 맞섰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페이고(Pay-Go·번 만큼 쓴다)' 관련 법안들도 박심 논란에 휩싸여 있다. 페이고는 정부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부의 의무지출(법으로 정해진 지출)이 수반되는 입법을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후 새누리당이 적극 추진으로 돌변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대통령이 지시하면 앞뒤 안 가리고 법 통과시키려는 새누리당 행태는 국회 권위를 스스로 손상하는 것"이라며 "최근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새누리당이 페이고 원칙 추진하자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박심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할수록 야당의 반대는 더 심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어렵사리 통과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 법안은 민주당의 다른 요구들을 대폭 수용하고서야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이처럼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박심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임기 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당청 관계가 수직적으로 설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힘이 실리다 보니 여당이 적극 나서고 민주당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 등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 박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등에 업기 위한 시도나 논란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60%를 상회하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박심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파트너인 야당이 있고, 여당 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박심의 영향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집중적인 반대 대상이 되자 새누리당은 2월 국회부터 중점 처리 법안들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기로 했고,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이 강조한 금소법 등이 대부분 처리되지 못하고 4월 국회로 이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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