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감' 부실·정략 우려…피감기관도 "현실적 무리"

[the300]통상 준비에 1~2개월 소요, 부실 국감 불보 듯…7.30 재보선 활용 포석

진상현 기자 l 2014.06.20 18:06

후반기 원구성이 상당기간 지연되면서 야당의 무리한 6월 국정감사 실시 요구가 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구성이 새롭게 돼 국회의원들이 현안 파악도 안된 상황에서 1~2개월 이상 준비가 필요한 국감을 6월 국회에서 실시할 경우 '부실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피감기관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6월 국감에 합의했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그동안 사전 협의를 진행해오지 않다가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약속 이행보다는 7.30 재보선에 활용하겠다는 정략적인 포석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이날로 법정기한(5월29일)을 22일 넘기게 됐다. 여야는 야당이 제안한 국회 예결위·정보위의 상임위화, 법안심사 소위 복수화 등 이슈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감 분리 실시 여부를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정감사는 대체로 하반기 정기국회 때 20일간 열렸으나 지난 1월 국감을 6,10월에 열흘씩 분리해 실시하기로 여야간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논의 과정에서는 현실적으로 6월 국감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지난 4월 열린 국회운영위 법안소위에서 당시 법안소위위원장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상임위 위원들이 모두 교체돼서 공부도 해야하고, 자료요청도 해야하는데 우리가 6,9월에 분리 실시해야 된다고 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야당 위원들도 분리 근거는 만들어 놓자고 주장했지만 6월 국감이 어렵다는데는 이견을 내지 않았다. 


꺼진 듯 했던 6월 국감 이슈가 급히 재부상한 것은 지난 8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이를 제안하면서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했던 6월 국감 실시를 원구성 조건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6월 국감 요구가 7.30 재보선 때 활용하겠다는 정략적인 포석이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국감은 전통적으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무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세월호 참사' 관련 이슈를 다시한번 재부각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야권인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상시국감을 합의하고도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고, 반쪽짜리 정부상태에다 상임위도 확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7월 재보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접근으로 6월이냐 7월이냐를 따지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각 의원실이나 피감기관들도 시간이 촉박하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새로 상임위에 배치되는 의원들이 이제 업무보고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 맡은 상임위는 용어부터가 생소할 텐데 6월에 제대로 된 국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요청해서 받고 해야하기 때문에 통상 8월 초, 늦어도 8월말 준비를 시작해 10월에 국감을 해왔다"면서 "현안도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6월 국회에서 하자는 것은 부실국감을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분리 국감과 관련한 국회법이나 국회규칙이 개정되지 않은 점도 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분리 국감을 하게 되면 피감기간을 어떻게 나눠서 할지, 증인을 중복해서 부르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져야 한다"면서 "이런 기준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기간을 합치면 사실상 6월 국감은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도 협상 과정에서 6월23일 부터 국감을 하자고 했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현실적인 6월 국감을 하자고 하니 그러면 차라리 더 당겨하자고 반어법식으로 얘기한 것이지 6월23일 국감을 하자고 정식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 여권 인사는 "전임 지도부가 합의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야당 입장이 이해는 간다"면서 "하지만 부실 국감이 뻔히 보이는데 이를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인 접근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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