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짓는다더니 상가로…LH 14개 지구 1557억 분양 이익

[the300]민홍철 의원, LH 용도 변경에 따른 토지보상비 분석

지영호 기자 l 2014.08.27 16:08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7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사진=뉴스1

#. 경남 진주 혁신도시 내 3만1000㎡의 부지. 국민연금공단 이전 계획이 무산되자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2012년 마지막날 이 부지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등으로 용도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LH는 330억원의 분양가를 더 챙기게 됐다.

#. 당초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시흥 목감지구 내 약 1만7000㎡의 택지. 사업시행자인 LH는 지나치게 공원이 많다며 약 6000㎡의 상업시설과 노인복지시설, 주차장 등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 중이다. 용도 변경이 이뤄지면 LH는 약 13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LH가 14개 사업지구에서 사업부지 용도변경을 통해 약 1557억원의 분양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5일 LH에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최근 5년간 전국 14개 지구 53만㎡의 택지를 용도변경해 분양가격을 높였다.

용도변경을 통해 분양가가 증가한 곳은 △시흥 목감 △의정부 민락2 △용인 서천 △대전 노은2 △대구 성서 △천안 청수 △평택 소사벌 △파주 운정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경남 진주혁신도시 △제주혁신도시 △인천 청라 △인천 영종 등이다.

당초 사회복지시설로 용도가 허가됐던 파주 운정 신도시의 1만7000㎡의 택지는 2011년 11월 업무시설로 변경하면서 290억원의 토지분양가 차액이 발생했고, 공공청사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의정부 민락2지구 5만5000㎡의 땅은 2010년 오피스빌딩 등을 지을 수 있는 업무시설 용도로 변경하면서 분양가격이 100억원 이상 늘었다. 이 곳의 주차장 부지도 단독주택과 보육시설로 각각 변경돼 분양가격이 껑충 뛰었다.

중학교가 들어설 계획이었던 대전 노은2지구의 1만2500㎡도 지난해 초 용도가 블록형 단독주택으로 변경됐고, 경찰서가 들어서려던 평택 소사벌 지구 내 부지는 2011년 말 상가와 오피스빌딩 용도로 재편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무상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내 1만㎡의 공원 및 녹지지역도 유통시설로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LH가 19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리게 된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H는 지정 매수자의 매수 포기나 장기 미매각으로 인해 사업속도가 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지자체 요구나 수요의 변화에 따라 용도변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지정 매수자의 포기 등으로 지구 활성화가 어려워지면 결국 국민에게 손실이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H의 용도변경 분양가 차액 전체 내역을 살펴보면 5년간 용도변경으로 총 221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에서 분양가격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무상기증하는 도로 시설을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경우가 더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분양가 손실내역 중에는 의정부 민락2지구 영어마을 등 지역 내에서 기대가 컸던 사업들이 도로나 단독주택 용지로 변경된 사례도 있어 민간에게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H는 이 사업의 무산으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됐으나 일부를 단독주택용지로 매각해 손실액을 670억원으로 줄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합당한 방법과 절차를 거쳤다고 해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부의 외부효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수요 예측 실패의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