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운명·팔자·적폐" 朴대통령 지방재정 수술 지시…배경은

[the 300]지방교부세·교육재정부담금·특별교부세…'증세 없는 복지' 기조 유지

김익태 기자 l 2015.01.26 17:18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방교부세, 교육재정 부담금, 특별교부세 등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22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일반재정과 교육재정으로 이원화된 지방재원 체계를 뜯어고쳐 지난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빚어진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도 교육청 간 갈등 소지를 없애겠다는 거다.


지자체 재정은 일반재정(예산+기금)과 교육재정으로 나뉘는데, 일반재정은 늘 세수가 부족하다.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지원금은 한정됐는데 기초연금 등 복지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탓이다.


반면 각 시·도 교육청이 관리하는 교육재정은 매년 예산이 넘친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이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세수 증가폭 만큼 자동적으로 늘어난다.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의 27.27%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도 교육청은 무상급식 등에 풍족하게 예산을 쓰는 반면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무상보육, 기초연금 예산을 늘리라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방교부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명확하다. 1960년대 도입 후 복지 수요 증가 등 사회 큰 변화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적폐"라는 거다. 그러면서 "과감히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이 시대 우리의 사명이자 운명이고, 팔자"라며 보다 강력한 해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비서동 위민1관 3층 영상회의실에서 수석, 특별보좌관들과 회의에 앞서 10여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는 부진한 반면 복지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서 중앙정부나 지방 모두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듯, 속내는 이를 통해 복지를 위한 세수 확보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혔다. 


담배값 인상, 연말정산 논란을 두고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드리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라"며 성난 민심을 달랬지만,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흔들림이 없다.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이를 거둬들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원화된 지방재정이 곧 불합리한 제도고, 이를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비효율적 구조는 아닌가 점검을 해야 한다" "고령화 등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의 크기가 교부세 배분 기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개편의 큰 틀도 제시했다.


학생 수의 지속적인 감소를 언급하며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 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과연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교육재정 교부금의 손질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별교부세에 대해서도 사전 지원 원칙·기준 고지, 사후 집행결과 공개 원칙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반재정(예산+기금)과 교육재정으로 나뉜 지방정부 재정을 통합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러면 시·도 교육청의 자체 예산편성 권한이 크게 줄수 밖에 없다.


이 밖에 △ 내국세 대비 교부금 비율 조정 △누리과정 예산의 지방교육예정 우선 반영 의무화 △미 반영시 중앙정부의 시정 명령 수단 확보 △복지 수요 등을 감안한 지방교부세 기준 개선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4월까지 이를 토대로 확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와 교육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소통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날 새로 임명된 특별보좌관들까지 참석한 수석비서관 회의에 앞서 수석·특보단과 10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지난 20일 국무회의 때 이어 두 번째다. 


회의에서도 연말정산 논란이 홍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앞으로 주요 정책이라든가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수석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해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소통 방식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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