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비법 개정" 한목소리 여야, 방향은 정반대

[the300]與 "공안위해 감청강화" vs 野 "기본권 침해…역차별"

이하늘 기자 l 2015.05.24 14:58
'공공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라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오래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통화내용 및 카카오톡 메시지 등의 감청을 놓고 여야가 입법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

24일 국회 및 ICT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감청' 요건 완화, 혹은 규제강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與 "강력범죄 수사, 현행 통비법으로는 부족"

먼저 논란의 불씨를 당긴 것은 새누리당이다. 이미 지난해 1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1년 반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 법은 수사·정보기관의 휴대전화 합법적 감청을 보장하고, 사업자들에게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여기에 새롭게 미방위 여당 간사가 된 박민식 의원 역시 서 의원과 같은 성격의 법안을 내놨다. 미방위 법안소위원장인 박 의원은 법안 상정 및 논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합법적으로 필요한 감청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야당 의원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통비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의원은 박지원, 우윤근, 강기정 등 야당 의원들을 만나 법안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에게도 면담을 신청했다.

박 의원은 "현행 제도로는 강력범죄, 간첩죄 등을 예방하거나 수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여야를 떠난 고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野 "무분별한 통신자료 요구, '표현자유' 침해"

야당과 시민단체도 이에 맞불을 놨다. 수사기관이 수사에 통신자료를 오남용하고 있다며 현행 통비법에서 감청허용 범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디지털시대 통신비밀보호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상화된 디지털 통신 정보 보호를 위한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통해 통신자료를 수집하면서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고 범죄혐의와 관련없는 제3자와의 사적대화까지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사회구성원들이 불안감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통신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20일 33개 시민단체는 전 의원의 소개로 '사이버사찰금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입법을 청원했다. 이 법안은 △범죄수사를 위해 제공된 사이버 정보의 사찰용 이용 금지 △사이버수사 집행종료 후 모든 정보주체에게 30일 이내 통지 △매 분기별 통신제한조치(감청) 보고서 국회 제출 및 공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여당의 주장대로 감청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기업들은 이를 피하고, 국내 기업들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야, 보혁 진영이 각각 현행 통비법에 문제가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지만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국회 미방위 관계자는 "공공안전과 표현의 자유 모두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를 두고 방법론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법안이 맞붙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카카오톡 검열논란이 있었던 만큼 국민적인 관심 역시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