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난항…매년 되풀이되는 '세무조사' 우려

[the300]25일 조세소위서 종교인 의견 청취

배소진 기자 l 2015.11.25 13:22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 주재로 제337회국회(정기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15.1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7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종교인 과세 문제가 올해도 진통을 겪고 있다. 예년과 달리 종교계에서도 더이상 납세를 피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 개신교에서는 법제화에 따른 교회 세무조사 우려를 제기하는 등 매년 똑같은 반대논리를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불교계 1명, 천주교계 1명, 개신교계 2명 등 종교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부가 추진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교인이 가장 많은 개신교다. 천주교와 불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이미 자진납세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개신교의 경우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방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을 당시 교단 내부에서도 진보 성향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찬성을, 보수 성향인 한국교회연합은 반대하며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득세법 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소득이 많은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필요경비 공제율을 소득에 따라 20~80%로 차등화했다. 원천징수의 경우 종교단체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자진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소득세와 같이 가산세를 부과키로 했다.

문제는 일부 개신교에서 '법제화'에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가 법에 명시되면 정부가 목회자 개인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대한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세무조사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에 의한 종교의 자유 침해 등 극심한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과세 반대쪽 개신교 관계자는 "납세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근로소득자와 동일하게 내겠다는 뜻"이라면서도 "이미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을 소득세법에 명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신도들이 이미 세금을 내고 남은 헌금에 대해 또 세금을 부과한다는 이중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법리적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제화가 되면 교회에 세무조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교단 내부에서는 법제화만 하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결의가 돼 있다"며 "목사들을 탈세하는 집단 등으로 매도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소득세법에서 종교인 소득을 비과세로 열거하지 않은 만큼 이미 '자진 신고·납부'를 통해 자율적 납세가 가능했지만 일부 종교계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013년 9월 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보고 이를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지난해 2월 '원천징수' 규정을 삭제하는 쪽으로 완화했다.

올해 세법개정안 역시 원천징수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종교단체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배제된다. 세무조사가 가장 큰 우려점이라면 법에 이를 보완해줄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는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청취를 마친 여야 의원들은 이번주 내 다시 한번 '쟁점'법안을 모아 협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결론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세소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 단체는 근로소득세를 똑같이 내겠다, 어떤 단체는 기타소득으로 또 어느 단체는 현행법대로 자발적 납부(자진납세)를 하겠다는 등 의견이 워낙 분분하다"며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결론내리기 쉽지 않다. 또 앞으로 대규모 자발적 납세운동을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하지말라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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