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날 먹은 고기도 혹시?" 관리 사각지대 '수입산 돼지고기'

[the300] 축산물이력제 '수입산돼지고기'만 제외…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서 표류

박다해 기자 l 2015.12.26 14:13
전국에 연일 황사가 나타나고 있는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황사 배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황사와 미세먼지 주의 예보가 잦아진 지난주 이후 삼겹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가량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돼지고기보다는 자주 마시는 물이 몸 속 미세먼지를 몸밖으로 배출하는데 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8월 수입산 돼지고기를 혼합해 사용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한 것처럼 원산지를 속인 프랜차이즈 피자업체와 체인점 등 13곳을 적발, 업주를 형사입건했다. 피자토핑용으로 사용하는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값싼 수입산과 국내산 고기비율을 7대3으로 혼합사용한 것이다.

#농관원은 또 지난 10월 미국산 돼지고기 14t(톤)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표기, 음식점 14곳에 9억200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경북 김천지역의 한 식육판매업체 대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이어지는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육류소비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통단계별 정보를 기록, 관리하는 수입산 소고기와 달리 수입산 돼지고기의 경우 '축산물이력제' 대상에서 제외돼있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현재 국회엔 이같은 점을 보완, 축산물이력제 대상을 확대하는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축산물 이력관리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19대 국회가 사실상 '끝물'에 이른만큼 제때 심사,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황주홍, "축산물이력제에 '수입산 돼지고기'도 포함" 개정안 발의

황주홍 의원(무소속)의 축산물 이력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황 의원은 지난 10월 축산물 이력제 시행 대상에 수입산 돼지고기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 중인 축산물 이력제는 현재 국내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산소고기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어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한 정확한 유통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않다는 이유다.

축산물 이력제는 사육·수입부터 판매까지 이동경로를 거래단계별로 기록하는 제도다.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할 때 이력을 추적해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 시 회수·폐기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하기 위해 도입됐다. 소비자에겐 산지나 유통경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력제 대상에서 제외된 수입산 돼지고기의 경우 특히 국내산과 가격 차이가 커 원산지 표시 위반이 잦은 품목이라는 것이 황 의원의 설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 적발건수는 1077건으로 618건을 기록한 소고기보다 많았다.

수입 돼지고기가 이력관리대상 축산물로 지정되면 식육포장처리업자와 축산물수입판매업자는 농식품부 장관에게 이력번호 발급을 신청하고 이력번호를 표기해야한다. 만약 수입유통식별표가 훼손되어 유통경로의 확인이 어렵거나 수입유통식별대장에 등록이 안 된 수입 돼지고기를 양도·양수하거나 수출한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냉동제품이나 햄·소시지 등도 포함…축산물이력제 확대 목소리↑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황 의원의 개정안 외에도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축산물 이력관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인재근 의원의 개정안은 축산물가공업자 등이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냉장제품을 냉동제품으로 전환하는 경우 이를 축산물이력제 공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해당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냉장제품의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뒤 냉동으로 전환, 유통시킴으로써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단 이유다.

윤명희 의원의 개정안은 수제 햄이나 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식육(食肉)즉석판매가공업' 역시 축산물이력제 이행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에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을 신설해 기존의 식육판매업자도 가공설비만 갖추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판매업자가 가공업으로 전환할 경우 현행 축산물이력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정부(식약처)도 축산물가공품을 대상으로 '축산물가공품이력추적관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와 농해수위에서 각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 농해수위 '올스톱'에 논의 안돼…'임기만료 폐기' 가능성도

문제는 국회 농해수위가 사실상 '올스톱'됐단 점이다. 농해수위는 소관 부처인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과 예산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현재 농해수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687건이다. 이가운데 최근에 발의된 법안들은 아예 법안심사소위에 회부조차되지 못했다.

농해수위는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열고 수협법 개정안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추가로 심사한단 입장이지만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심도있는 논의가 사실상 힘들 것이란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계류 중인 '축산물이력관리법' 개정안 역시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경우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임기만료 폐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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