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세비반납, 두가지 시선

[the300]종합

지영호 임상연 구경민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6.08 08:52
국회지연 책임…정당 세비반납, 국민감동? 포퓰리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회가 제 때 일을 시작 못하면 국민의당은 원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6.6.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대 국회도 법정시한 내 원구성에 실패하면서 국회의원의 세비반납 실행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세비반납이 국회의원의 자기성찰적 행위라기보다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서 비롯된 '퍼포먼스'라는 해석도 있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세비반납 강행…'국민적 요구'=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7일까지 원구성 협상의 첫번째 단추인 국회의장 선출에 실패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해온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릴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두 당에도 세비반납 동참을 호소했지만 양당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새누리당은 '포퓰리즘'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치한 발상'이라고 했다. 이상돈 의원 등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이 세비반납을 강행하는 데에는 국민적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이 법정기일을 지켜 개원해달라고 요구했고 두 당에 대한 압박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설문조사를 통해 '무노동 무임금'을 국회 기득권 내려놓기의 첫걸음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무노동 상태 아냐"…국회 업무, 세비 이상 가치=문제는 국회 지연이 무노동 무임금으로 상쇄될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입법권을 가지면서 행정부를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를 수행한다. 일하지 않으면 보수를 지급하
지 않으면 그만인 기업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특히 하루 평균 1인당 38만원 꼴의 세비를 아끼는 것보다 의원 개인이 발의하는 법안의 파급력이 수백배의 가치를 지닌 경우가 많다. 일명 '단통법'같은 법안의 피해사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국민들의 삶에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국회가 원구성을 법정시한 내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해서 휴업상태로 보기도 어렵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입법준비활동과 국회 시스템 습득, 보좌진 구성 등에 한창이다. 19대 국회서 발의됐다 폐기된 법안 중 가치있는 법안을 재발의하는 '옥석 고르기'도 무의미하다고 치부하기 어렵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원구성 지연을 협소하게 국회의 무노동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사실 원내대표단의 협상이지 대부분의 의원들이 무노동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비회기 기간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의 업무가 느긋한 것은 아니다. 일부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상당수 국회의원은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경우 행사에 쫓겨 이동 중에 쪽잠을 자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해 경우 국회는 거의 매달 임시회를 열어 사실상 '상시 국회'로 운영되기도 했다.

경찰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당선 후 가장 큰 변화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크고 피해가 발생한 5~6개의 굵직한 사건에 대한 의원실 자체 조사를 실시 중이지만 밀려드는 추가 조사 요구와 부족한 인력으로 벅차다"며 "외부에서 볼 때와 달리 상상 이상의 업무량에 주말이 따로 없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이벤트보단 법제화 필요…'상임위 전문성 향상'도=학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들의 시각을 이해한다면 보여주기식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회성 정치이벤트로 국회활동을 희화화해선 안된다"며 "3당이 모여 1호 통과법안으로 법제화를 약속한다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개인은 자신들의 세비를 감축하는 법안을 매 국회마다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선거 직후까지 시끄럽다가 집단에 동화되면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상임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국회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준한 교수는 "당장 상임위 활동이 없다는게 무노동의 기준인데, 의원들이 자신의 상임위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한 상임위에서 가장 오랜 활동을 한 의원을 위원장으로 삼는 전통을 만들고, 초선 의원은 원구성 전에 관심 상임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세비반납' 일회성 이벤트는 해도 법개정은 안돼?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원구성 협상 지연으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국회의원 세비반납이 또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법정시한인 7일까지 원구성을 하지 못할 경우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여야3당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실상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38명은 8일부터 원구성이 마무리될 때까지 일평균 약 38만원의 세비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국민의당의 세비반납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는 반면 ‘일회성 홍보 이벤트’라는 비난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원구성과 관련된 국회의원 세비반납 논란은 국회 개원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국회의원 세비반납의 원조격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안상수·심재철 의원등 26명은 2008년 18대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자 그해 6월분 세비 1억8000만원을 모아 결식아동을 돕는데 썼다. 당시 의원들은 “국회 문도 열어보지 못한 채 세비를 받아가는 것은 국민 앞에 염치없는 행동이라 생각해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밝혔었다.

이 같은 상황은 4년 후인 2012년 6월 19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재연됐다. 원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국회가 제때 열리지 못하자 새누리당 의원 147명은 한 달치 세비 13억6000만원을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기부한 것. 20대 국회에선 새누리당 대신 국민의당이 먼저 국회의원 세비반납을 들고 나왔지만 국회 개원 때마다 되풀이되면서 그 의미도 점점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6.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의원 세비반납을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법적으로 못박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실제 2008년 7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총선 후 첫 임시회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열리지 않을 경우 집회가 열릴 때까지 국회의원 수당 및 입법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운영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폐기됐다. 

이후에도 이범래 의원(2008년 11월), 권영진 의원(2009년 12월), 이진복 의원(2012년 7월), 서용교 의원(2014년 12월) 등이 비슷한 개정안을 잇따라 대표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다. 국회의원 세비반납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무관심했던 것으로 결국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비반납이 정치적 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선 원 구성 때뿐만 아니라 회기 중 출석률 등까지 고려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출석률이나 법안발의 등만으로 의원들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당 한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지역구 민원해결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며 “단순히 출석률이나 법안발의 숫자만으로 세비반납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원 구성과는 별도로 20대 국회 개원 후 1년내 노동개혁등 5대 개혁과제를 실천하지 못할 경우 1년치 세비를 모두 반납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고 여소야대 국회가 되면서 5대 개혁과제 이행에 서명한 의원들은 1년치 세비를 토해낼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 48명이 5대 개혁과제 이행에 서명을 했는데 이중 김무성 원유철 의원 등 29명만 살아서 돌아왔다. 


하루 38만원 받는 국회의원, 돈주머니 살펴보니…




20대 국회가 원구성 마감 법정시한(7일)을 지키지 못하면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논란이 한창이다.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선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더라도 지역구활동 또는 입법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원구성 지연 이유로 세비 반납을 강요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얼마이며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7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 1명의 세비는 연(年) 액 기준으로 1억3796만원(상여금 포함)으로 의원 1명이 하루에 38만원꼴의 세비를 받는다. 국회의원 세비는 일반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관리업무수당,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의원 세비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163%나 올랐다. 최근에는 높은 세비가 질타를 받자 국회가 앞장서 여러 차례 동결하긴 했다. 18대 국회에서 3년간 동결된 바 있으며 19대 국회에서도 2013년 이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해 지출해야할 항목도 적지 않다. 3선을 한 국회 의원은 "지역구 활동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지역 사무실 운영비·인건 비용 , 경조사비 등을 다 따지다보면 세비로 충당이 안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 비용 외에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차량 유류비 △정책홍보물·정책자료발간 △입법 및 정책 개발비 등 지출 항목이 수십가지가 넘어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세비와 별도로 한해에 1억5000만원 한도의 후원금 모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국회의원별 편차가 커 오히려 적자를 보는 의원들도 발생한다.  

한편에서는 의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이익집단의 압력과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의원에 대한 다양한 의정활동 지원은 의원이 재정적 어려움이 없이 국민의대표로서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의원의 의정활동의 범위와 중요성이 커지고 사회의 다양한 이익집단의 압력이 커질수록 의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세비 액수로만 놓고 봤을때 우리나라는 세계 4위 수준에 올라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이 연간 1억9540만원으로 가장 높다. 일본(1억7499만원), 독일(1억4703만원), 한국(1억3796만원), 프랑스(1억2651만원), 영국(1억1309만원)의 순이다.  

하지만 국회는 "영국 등의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로 입법권과 행정권이 융합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