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모병제'...저출산시대 불가피 vs 예산난제

[the300]軍 장병 18만 감축할 경우 16조원 이상 GDP 상승효과 기대

오세중 기자 l 2016.09.02 06:00
2016년 첫 징병검사가 실시된 1월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를 찾은 징병검사대상자들이 혈압측정 등 신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징병제를 원하는 사람만 입대를 하게 하는 모병제로 전환하는 논의가 불붙을 기세다. 여권 잠룡 중 한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시 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부에도 즉각적인 논의에 나서자고 제안하면서다.

모병제 논의는 저출산이 고착화되면서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규모의 군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일찌감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사회, 경제, 안보상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해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모병제가 도입되면 정예군 형태로 군의 체질이 바뀌어야 하고 적절한 모병 수를 유지하기 위한 유인책 등 현실적으로 검토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 현실화된 가운데 군 유지를 위한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의무 군복무 청년들이 상당수 사회로 진출해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저출산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모병제 논의를 늦춰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경제적 효과..생산가능인구 확충 = 모병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경제활동인구 확충이 핵심이다. 군은 2022년까지 현재 63만명 가량인 병력규모를 52만명 가량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모병제로 전환해 25만~30만명 가량으로 축소하면 단순 계산으로 22만~27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남 지사측은 모병제 도입시 군 사병을 18만명 정도를 감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약 16조5000억원(1만명당 약 1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오는 2025년 65세 이상이 1000만명을 넘는 반면 신생아는 고작 43만명에 불과한 ‘인구절벽’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병제로 군 복무시 일정 수준의 급여가 보장될 경우 그 자체로 청년 일자리가 확충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군 전문가들은 모병제 전환시 일정 규모의 군 유지를 위해선 급여가 현재 군필 9급 공무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원+알파’는 되고 제대 후에도 대학 학비 지원, 공무원 임용 할당, 연금 등 각종 인세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조건이 가능하다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게 모병제 찬성론자들의 판단이다.

◇예산 문제 및 소수 정예 강군 및 반대 논리= 모병제 도입에 큰 걸림돌로 적용하는 것 중 하나가 예산 문제이다. 모병제로 전환될 시 간부급 12만명을 제외하고도 사병급 18만명에게 월 200만원 기준으로 지급하게 되면 약 3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매년 4조원 가까운 예산 부담이 생긴다.

그러나 현재 63만 군대를 유지하는 데 드는 전력운용비가 16조4000억원 가량이므로 인원규모를 절반으로 감축하면 그에 상응해 운용비도 절감된다. 이것으로 모병제에 따른 비용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남 지사측의 설명이다.

군 병력 규모 자체가 줄면서 신병훈련 등의 규모도 감소하고 전반적으로 축소되면서 비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반절 가량으로 군 규모가 축소되면 군이 소유하고 있던 불필요한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재원 마련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군 인력의 소규모화·정예화, 무기체계의 첨단화라는 군 당국의 미래 청사진 아래 이른바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의 의지에 기초해 입대하게 되는 모병제라는 바탕이 필수적이라는 게 모병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군의 병력 규모가 승패에 크게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술이나 조종술 같은 전문화된 정예요원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이라크 전쟁(이라크 대 미군:100만 대 18만)에서 보듯 현대전은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한 노동집약적 전쟁이 아니라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무기집약적 전쟁이었고, 이 밑바탕에는 병력의 정예화가 깔려있다. 또한 병력의 정예화 등 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병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면에서 모병제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군 병력 정예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급여수준, 직업 장래성, 복지 등의 혜택을 끌어 올리지 않을 경우 모병제에서 병력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모병제가 충족 병력을 채우지 못할 경우 군 병력의 공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우수한 인력에게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해 자원입대를 유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다.

오히려 최근 국방부는 2020년 이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전환·대체복무요원 등 병역특례요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적인 로드맵 차원에서 군 규모를 52만명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부족한 현역병을 메워야 할 현역병 자원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30만명 규모의 병력 감축을 주장하기 위해선 군 당국과의 병력규모에 대한 상충되는 이해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그 밖에 쟁점들 =모병제가 시행되면 지금의 부조리한 병영문화와 사회문제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게 모병제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 우선 모병제 자체가 개인의 자발성과 애국심에 기초하기 때문에 병영 내 인권의식 향상에 도움이 되고,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병역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문제가 마무리될 뿐 더러 선출직 이나 고위공직에 진출하기 위해선 애국심의 눈금자로 여겨지는 병역의무 이행이 중요시 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모병제로 자원입대한 병력들이 입대기간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른 업무 숙련도와 경력단절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과 같이 21개월의 입대기간 동안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에는 무리가 있고,모병제 입대 병력을 기준으로 입대기간을 늘릴 경우에는 그 자원이 사회로 나갈 시 경력단절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모병제가 대한민국 남자로서 책임져야 할 의무인 것을 감안할 때 공평성을 저해할 수 있고, 오히려 군을 기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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