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법제화, '영세기업' 때문에 안 된다는 정부

[the300][막전막후 속기록]2015년 11월24일 안행위 법안소위 현장

김세관 기자 l 2016.09.14 09:32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후 경찰청 귀성길 점검 헬기에서 바라본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 주차장이 귀성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간의 추석 황금연휴가 14일 시작됐다. 근로자들은 연휴 대부분을 보장받고 고향을 찾거나 여행 등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남들 다 쉬는 연휴 전부를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과 매출액에 차이가 나는 중소기업 등은 불가피하게 연휴의 일부만 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우선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공휴일 법제화 법안 지속 발의= 일부 근로자들이 연휴임에도 휴일을 전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형법에 공휴일이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 일부에만 공휴일 정의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공휴일은 공무원 등 공공기관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날인 셈. 

공무원 등이 쉴 수 있는 공휴일에 대기업 등 일부 민간이 같이 쉴 수 있는 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등에 '공무원이 쉴 때 우리도 쉰다'는 취지의 항목이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다. 노조도 없고 근로자 입김도 약한 중소기업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들어 국경일과 공휴일을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개원 후 지금까지 6개 제정안이 접수됐다. 여기에 더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 공휴일에 근로자들이 차별 없이 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까지 합치면 10여개가 넘는다.

◇정부 의지 중요하지만…= 그러나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앞으로도 언제 논의가 시작될 지 알 수 없다. 공휴일 법제화는 국회 뿐 아니라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에서의 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항상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법제화가 논의됐지만 정부가 반대해 한 차례 보류된 후 더 이상 안건으로 올라오지 못 했다.

공휴일을 법제화 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나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등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은 2015년 11월24일 19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알 수 있다. 다음은 당시 속기록을 요약 구성한 내용이다.

#2015년 11월24일 안행위 법안소위

-박수철 안행위 수석전문위원
"현재 공휴일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돼 있는데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등으로 시행령에 있는 사항을 법률로 상향시킬 경우 국민의 평등권 실현과 행복추구권으로서의 휴식권 보장에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민간 부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위원들께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보여집니다."

…(중략)…

-강기윤 안행위 법안소위원장(새누리당)
"정부 측 의견!"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
"공휴일 법제화는 민간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수 있다라고 생각은 듭니다만, 법적으로 이게 되면 민간 기업에까지 다 강제되는 그런 부분이 생겨서 영세기업이나 또는 자영업자 이런 부분들은 사실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하나 있을 것 같고요."(중략)

-강기윤 위원장
"이 부분은 좀 민간한 것 같습니다. 시행령으로 하고 있는 것을 법률로 이렇게 강제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고, 이게 또 공무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우리 시민에게 미치면 여러 가지 근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국민정서가 변할 수도 있고 또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이 안이 꼭 나쁘기보다는 이런 것도 어느 시점이 되면 성숙될 수 있는 시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계속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청래 위원(더불어민주당)
"잠깐, 전문위원! 홍익표 의원안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박수철 수석전문위원
"현행 공휴일 중 정부 수시 지정일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한글날은 10월 둘째 월요일로, 어린이날은 5월 첫째 월요일로, 현충일은 6월 첫째 월요일에 요일지정 휴일제를 도입하자는 그런 내용 되겠습니다.

-정청래 위원
"우리가 총선 선거일이라든가 아니면 대통령선거일도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몇 째 주 수요일이라든가 이렇게 정하잖아요. (중략) 마찬가지로 한글날이나 어린이날, 현충일 이런 경우 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 의미가 퇴색되니까 대통령선거일이나 총선 선거일처럼 정하자는 거거든요. 저는 이것은 타당하다고 보거든요.

-황서종 차장
"어린이날도 그렇고 한글날도 그렇고 이런 날짜들이, 그 날을 지정한 부처들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런 부처들이 그 날짜를 지정할 때는 분명히 어떤 근거를 가지고 지정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걸 판단하기보다는 소관 부처에서도 이거를 한 번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정청래 위원
"그러면 그 부처 담당 국장이든 누구든 여기 출석을 미리 시켜가지고 얘기를 해야지 지금 와서 '그분들 얘기를 들어야 됩니다' 하고 이렇게 뭉개면 어떡해요?"

-황서종 차장
"위원님 말씀대로 저희가 미처 준비가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이게 요일로 지정했을 때는, 현재는 공휴일하고 겹칠 수 있는데 그렇게 됐을 때는 별도의 휴일이 되는 부분이 생기고, 그러면 결국 그게 또 휴일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좀 있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기윤 위원장
"이 법안을 내신 분도 여러 가지 다각도로 생각해서 냈는데, 문제는 국민들 정서가 요일 개념을 해서, 일자 개념으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단 시간에 우리가 이것을 이렇게 요일로 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심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가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내용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성숙되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봅니다. 계속 심사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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