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의원들 청탁금지법 질문 폭발 "스승의날 카네이션도 안되냐"

[the300]국정감사장 "캔커피·카네이션 금지 지나쳐"…"제재 대상 맞다"

김성휘 기자, 이미호 기자 l 2016.10.10 15:58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2016.10.10/뉴스1

10일 국민권익위에 대한 국정감사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항의성 질문으로 채워졌다. 학생이 교수에게 준 캔커피, 교사에게 달아주는 카네이션도 원칙적 금지라는 해석이 국민 실생활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권익위가 실효성 있는 해석을 내려주지 못하는 사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법률이 '캔커피법' '카네이션법' 등으로 희화화된다며 권익위의 조속한 입장 정리도 요구했다.

법 논의 당시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구체적 시행에 들어가자 속속 드러나는 셈이다. 권익위는 그러나 캔커피 카네이션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 위반사항이되, 처벌할 가치가 있느냐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이 잘 정착하는 데 있어 최대 암초는 우리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안되는 것까지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이라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다는 게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권익위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이란 예외도 인정할 수 없는 기준으로 '직접적 직무관련'을 제시한 데에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논의할 당시에 직접적 직무관련성 논의가 없었고 권익위가 공무원 윤리강령에 나온 개념을 준용했다"며 이 규정이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은 △상시적으로 인사 업무를 다루는 인사부서 직원이 상을 당하면, '인사, 감사, 평가기간 업무에 관련될 때' 예외 금액조차 금지하는 해석에 따라 동료 직원들이 조의금을 낼 수 없고 △정부 부처간 예산 협의시 일반 공무원들은 금지하되 장관은 가능하다고 하는 등 권익위의 해석이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권익위가 권위 있는 해석을 못내리니 해석이 삼천포로 빠져 카네이션법이다, 캔커피법이다 하고 희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저는 김영란법에 강력한 지지자이지만 권익위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조속한 유권해석을 주문했다. 또 가스검침원, 수도계량원 등이 청탁금지법상 정부 업무를 위임위탁 받은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는 것도 비판했다. 이들은 단순히 업무를 대행할 뿐 법령을 해석하거나 바꿀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김영주 더민주 의원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가 만든 모태펀드가 구성한 자(子)펀드의 위탁운용사 관계 직원들도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권익위는 의원실이 문의하기 전까지 산은, 한국벤처투자의 모테펀드와 자펀드의 구조, 위탁운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이 국민권익위이고, 국회에선 정무위원회가 권익위를 담당한다. 특히 김용태·민병두 두 의원은 19대 국회가 청탁금지법을 통과시킬 때에도 정무위 소속으로, 이 법을 직접 다룬 주인공들이다.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조차 진작 우려했거나 또는 예상 못한 문제가 발생하자 권익위에 해답을 요구한 것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 최운열 의원도 "종강할 때 학생들과 쿠키 파티를 했었는데 이젠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수가 학생에게 다과를 사주는 것은 일견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향식 강의평가 등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위치가 된다면 인사·평가 관련 교수가 평가권자에게 음식물을 접대하는 결과가 된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스승의 날 학생이 선생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꽃이 종이로 만든 것이면 허용, 생화이면 안 된다는 권익위 해석을 거론하며 "이런 해석은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또 "대학교수 강연료 등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지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새누리당)도 해석이 분분하니 불필요한 논쟁이 생긴다며 국감 이후 국민권익위와 별도로 청탁금지법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영훈 위원장은 쏟아진 질문에 진땀을 뺐지만 "스승의 날에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고 교수에게 강의 전후로 캔커피를 건네는 것은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맞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교육 쪽은 워낙 공공성이 강하고 그만큼 깨끗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식이 높은 분야"라며 "3·5·10의 범위내에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및 사교의례의 목적에 충족되지 못한다면 김영란법에 의한 제재대상이 맞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캔커피 논란에 대해 "일단은 위반이 되고, 극히 경미해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란 취지"라고 덧붙였다. 

직무 관련성 여부는 김영란 법에서 가장 혼란을 일으키는 부분으로 지목돼 왔다. 권익위는 직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 목적일 때는 '3, 5, 10 상한액'을 지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1원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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