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獨까지 '동백나무' 공수해 윤이상 묘소 참배

[the300]"살아생전 고향땅 못 밟으셨다는 얘기 듣고 많이 울어"

최경민 기자 l 2017.07.06 09:48
【베를린(독일)=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의 작곡가 윤이상 묘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2017.07.06.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현지에 있는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5일(현지시간) 참배했다.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를 옮겨와 묘소에 심었다.

김 여사는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원래 식물 통관은 굉장히 힘들다. 병충해가 같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그 까다로운 통관을 모두 잘 마치고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잘 심었다. 아마도 저랑 윤이상 선생이랑 뭔가 잘 통했나보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 윤이상 선생이 항상 통영을 그리워하셨다고 했다"며 "그래서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동백나무는 윤이상 선생의 묘비 앞에 심어졌다. 동백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금색으로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글자를 새겼다.

음대를 나온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학창시절 음악 공부를 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윤이상 선생을 위해 고향인 통영의 동백나무를 전해서 뜻을 기리고 싶었다"고 참배 이유를 밝혔다.

참배에 동행한 윤이상 선생의 제자인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등은 김 여사에게 "독일에 있는 윤이상 선생의 생가를 윤이상 재단에서 2008년에 매입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기념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이상 선생은 191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고, 이후 통영에서 수학하며 성장했다. 일제시대 때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 교사를 했다. 1956년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을 했고, 1966년 독일의 도나우싱엔 현대음악제에서 대편성 관현악곡 '예악'을 발표하여 국제적인 작곡가로 주목 받았다. 

1967년에는 민주화투쟁과 북한방문이 빌미가 된 이른바 '동베를린 사건'에 연유돼 2년간 복역을 했고,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위촉받은 오페라 '심청'을 통해 세계적인 작곡가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1995년 이국 땅인 독일 베를린에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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