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시간 2배, 文-손정의 90분 교감 靑 "한일관계 언급 없어"

[the300](상보)AI 대화 강조, 외교현안 파장 고려한듯…박영선·김상조 배석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 l 2019.07.04 18:53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07.04.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의 90분 만남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됐다고 청와대는 4일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갈등-반도체 보복 등에 대해선 문 대통령도 손 회장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감한 외교현안을 민간인인 손 회장과 다루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했다. 손 회장의 답은 21년 전처럼 선명했다.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손 회장은 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 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당선인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한국이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같은 방식으로 'AI 올인'을 언급한 것이다.

손 회장은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하면서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AI 인재육성과 투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자 손 회장은 "아이 윌"(I will)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신산업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AI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를 3대 중점 분야로 잡은 상태다.

한일갈등-반도체 보복 "언급 안해"= 손 회장은 과거에도 IT 분야나 신산업 아이디어를 제시, 한국에 자극을 줬다. 초고속 인터넷 외 역내 국가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에너지를 공유하는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 손 회장의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자신의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아시아슈퍼그리드를 기억해준 데 대해 감동했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상조 정책실장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접견 전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고민정 대변인, 김 정책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호승 경제수석. 2019.07.04. photo1006@newsis.com

이날 접견은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졌다. 일본은 이날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이 사실상 경제보복에 나선 것이다. 일본이 이 계획을 발표한 지난 1일, 청와대는 손 회장 접견 일정을 확정 공개했다.

손 회장이 일본 내각이나 외교라인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 내 최대부자로 영향력이 적잖다. 한일 외교라인이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의미가 작지않을 걸로 관측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예정시간(40분)을 50분 넘긴 1시간 30분 대화에서 한일 관계는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버, 알고보면 손정의 월드= 손 회장(1957년생)은 미 버클리대 유학 후 1981년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기업인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성공하자 아시아의 빌게이츠로 불렸고, 이후 벤처투자로 각광받으면서는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투자 선구안이 탁월했다. 미국 야후, 중국 알리바바,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 등이 그의 리스트에 올랐다.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은 2015년 소프트뱅크가 지분 51%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가 2016년 중국 텐센트에 매각해 차익을 봤다. 보다폰 재팬을 인수, 소프트뱅크 모바일로 만든다.

전통 제조업이 아닌 첨단산업과 IT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했다. 2019년 현재 영미권 대표 공유차 서비스 우버의 최대주주이고, '동남아의 우버' 격인 그랩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에 선도투자한 건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장을 내다본 전략이라는 평가다.

접견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배석했다. 경제·안보 분야 핵심인사들이다. 소프트뱅크에선 카츠노리 사고 부사장, 문규학 고문이 왔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악수한 후 자리에 앉고 있다. 2019.07.04.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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