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대한 충청도 남자, '야당 내 야당' 김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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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l 2020.09.02 11:21
편집자주 여의도 정가의 인물과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풀어봅니다. 때로 TMI(너무 과한 정보, Too Much Information)가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추가 정보를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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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법' 상정 강행 등에 항의하고 있다. 2020.7.28/뉴스1 |
미래통합당이 2일 전국위원회에서 새 당명 '국민의힘'을 최종 확정한다.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의힘'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을 때 사실상 결정됐다.
이어진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새 정강·정책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체로 당명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김태흠 의원(3선, 충남 보령시서천군)은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탈이념화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래도 당명에는 정당의 이념과 추구하는 가치, 미래비전이 어느 정도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추상적이고 모호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중요한 일이 너무 급히 진행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 이름과 정강·정책을 바꾸는 것은 당의 내외부를 다 뜯어고치고 리모델링하는 건데 이것을 쫓기듯 뚝딱 찬반 물어서 할 수 있나"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 등에게 새 당명 후보를 공개한 지 고작 이틀 만에 확정할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재확산 사태로 대면 의원총회를 할 수 없다면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좀더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직설적이다.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충청인이지만 일반적 통념과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은유적 표현을 선호하는 지역적 특색이 실제 있다 하더라도 김 의원만큼은 예외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논란이 되더라도 피하지 않는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계파 갈등이 폭발하던 때 의원총회를 다 공개하자고 주장한 것도 김 의원이었다. 언론에 왜곡됐느니 하는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 없이 당당하게 말하자는 취지였다. 덕분에 친박계(친박근혜계)와 복당파가 난타전을 주고받는 민낯이 고스란히 국민들 앞에 드러났다.
지난해 5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삭발도 했다. 원래 10명의 의원들이 동시에 삭발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아침에 절반 이상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예고대로 머리를 밀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살기 좋아졌으면 민주당을 찍어달라"는 명쾌한 한마디로 문재인 청와대의 자치분권비서관 출신 나소열 후보를 누르고 3선 고지를 밟았다. 김 의원은 당직자 출신으로 충청남도 정무부지사,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을 거쳐 삼수 끝에 제19대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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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7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2020.7.22/뉴스1 |
쓴소리를 쏟아내다 보면 불편한 관계도 생길 수 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정치판에서 시선이 마냥 고울 리도 없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야당 내 야당'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당시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희생과 혁신이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커질 때 김 의원은 공개 인적 쇄신 요구의 신호탄을 쐈다.
재선이던 김 의원은 "영남, 서울 강남 3구에 3선 이상 선배들은 용퇴를 하든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달라"고 일갈했다.
"당의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면 새로운 곳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게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임을 막은 '황교안 최고위'를 향해서는 의원총회 공개발언 등을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의원들이 결정해야 할 사항인데 월권했다는 비판이었다.
올해 '김종인 비대위' 여부를 놓고도 "당내 논의가 우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심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이 같은 거침없는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제일 싫어한다"며 "정치인은 소신과 가치관이 달라서 싸울지언정 자기 몸을 던질 줄 아는 직업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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