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라도 한다"…尹의 일본 결단, 아무도 못 말렸다

[the300]

박종진, 박소연 l 2023.03.07 05:11
'욕먹어도 다 안고 간다'…尹대통령, 日문제 대국민 설득 나선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홍림 서울대 총장 임명장 및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3.02.08.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강제징용 배상 발표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선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일견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용인한 듯 보이지만 미래 국익을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음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대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서라면 욕먹더라도 하겠다'는 국정운영의 철학을 역설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셈법과 지지율 등을 따지는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특유의 추진력을 보여준 만큼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 등에서 전날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문'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국무회의 발언은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 외교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육성으로 국민에게 정부 입장을 설명한다. 발표 당일에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때 발언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양국의 외교부 차원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국가원수인 윤 대통령이 당일 바로 직접 언급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한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보다 더 직설적으로 국민에게 이번 합의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식과 일본 정부의 사과 수준 등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의 직접 참여 없이 우리 기업의 출연만으로 피해 배상을 실시하되 양국 재계 단체가 기금을 마련해 청년 등 미래세대를 지원하는 등의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에 역사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한다는 국민 정서에는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수준의 일본 정부 사과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는 모자란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1.01.

하지만 윤 대통령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국익의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배상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언제까지 반일 감정만으로 양국관계를 파탄상태로 둘 것이냐의 문제다. 엄혹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이런 상태가 지속됐을 때 징용 피해자는 물론 안보 위기, 경제적 손실, 미래세대의 일자리 등에 모두 치명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취재진과 만나 "피고 기업의 참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이 죽었다 깨나도 하지 못한다는 것",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등의 표현으로 현실을 설명했다. 마치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아닌 일본 총리실 고위관계자의 해명처럼 들릴 정도로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더 이상은 현실적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9.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를 위해 필요하면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참모들과 비공개 자리에서는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반드시 할 것"이라는 발언도 종종 했다고 한다.

한 여권 관게자는 "윤 대통령이 한번은 식사자리에서 '지지율 1%가 나오더라도 (나라를 위해) 할 일은 하겠다'고 하더라. 이게 윤 대통령의 진심이구나 싶더라"고 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에도 이런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번 해법 발표와 관련해 어떤 비난이 쏟아진다고 해도 본인이 다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역대 정부가 반일감정에 기대 외교를 악용하거나 여론의 눈치만 보다가 세월이 다 흘러가 버리고 결국 국익에도 그만큼 손해를 끼친 것 아니냐"고 했다.




"日정부 한계치"…尹대통령, 욕먹을 각오하고 결단 내린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차피 해야 하는데 미리 매맞는 게 맞지, 그럼 총선 앞두고 할 건가."

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은 취지로 말하며 '속도전'을 주문했다고 한다. 참모들이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며 주저하는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날 최종안이 발표됐다는 얘기다.

여기엔 경제와 안보 위기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지금이 한일간 '고르디우스의 매듭'(서로 복잡하게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가 어려운 문제)을 풀고 가야 할 시점이란 것이다.


대통령실 "'제3자 변제'가 日정부 한계치"


정부가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식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에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발표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것이 "한계치"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외교부의 발표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간) 일본 당국자와 접촉하며 진전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윤 대통령께 보고드렸다. 처음 세운 목표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는지, 일본이 그런 요청사항을 납득할 준비가 있는지 보고드렸다"며 "오늘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해 양국 정부가 입장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등으로 이미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일본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미 한일 간 입장 차이로 5년을 허송상황한 상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제3의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죽어도 못한단 日…尹 취임 후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이 관계자는 "1965년 한일 수교로 기본 조약을 체결하고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었다. 거기 합의 의사록을 보면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지불할 5억불의 보상금을 사용해 우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지원금을 수령하기로 한다는 약속이 적혀있고 53년 동안 지켜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국제법적으로 1965년도 한일간 약속에 비춰보면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으로선 합의를 한국이 어긴 것이라는 결론"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박정희·노무현 정부 역시 1965년 협정을 받아들여 각기 특별법을 만들어 2차에 걸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진행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일본, 피고기업이 참여하는 배상이 이뤄져야 된다는 입장이었고, 일본은 죽어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는 데 있다"며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일본은 태도와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해오면 들어보겠다, 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 보겠다고 입장을 유연하게 바꿔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한 내용은 1965년도 합의에 커다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이익 극대화 기대…12년만 정상 셔틀외교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 전례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합의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세상에 알려져 1965년도 청구권 협정에 담을 수 없었고 그래서 우리가 더 자신있게 요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나온 게 2015년 위안부 합의인데 2018년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고 파기를 했기 때문에 일본 측으로서는 한국과 어렵사리 중요한 합의를 해놨는데 이것이 3년 내에 뒤집힐 수도 있구나라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된 내용도 앞으로 어떤 정부에 의해 어떻게 뒤집힐지 일본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을 계속 설득하고 끌고 갈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합의로 한일 양국이 국익을 극대화 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북핵 위협, 동아시아 안보에만 선별적으로 협력해왔다면 오늘 이후부터 양국 국민과 정부가 본격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미래의 청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년간 끊긴 한일 정상간 셔틀(번갈아 방문하는 방식) 회담의 가능성도 열렸다. 이 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은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서도 "양국 정상이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중단된지 지금 12년 째 이르고 있다. 이 문제를 양국 정부가 직시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여기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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