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양향자에 류호정까지?...그들은 왜 '신당'에 도전하는가

[MT리포트] 중도 정당의 꿈①

차현아, 오문영, 박상곤 l 2023.06.24 13:00

편집자주 총선을 앞두고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각각 신당을 띄운다. 모두 '제3지대'에 해당하는 중도정당을 지향한다. 좌우 정치양극화와 거대양당의 권력투쟁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복안이다. 모두가 염원하지만 정작 성공하긴 어려운 중도정당. 과연 이번엔 다를까.

양향자 의원 /사진=권혜민 기자

"우리는 제3지대, 진보와 보수와 같은 기존 정치 용어를 안 쓰려고 한다. 우리를 기존의 틀이 아닌 백지 상태에서 봐달라."

26일 '한국의 희망'이라는 신당 창당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앞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양 의원은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반도체 전문가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에 영입됐지만 지금은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국 창당이란 길을 택했다. 그 이유를 묻자 양 의원은 "양대 진영에 갇힌 절망적 정치를 타파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정치도 기술 기반 플랫폼으로 혁신할 수 있다고 봤다. 양 의원의 신당이 '세계 최초 블록체인 정당'을 표방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돈 봉투 같은 것이 날아다니지 않으려면 (정치도) 투명한 플랫폼으로 다 바꿔야 한다"며 "나쁜 정치에서 좋은 정치로, 특권 정치에서 과학 정치로, 진영 정치에서 생활 정치로 건너가야 한다. 익숙했던 기존 정치의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거대 양당의 대결로 점철된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중도 무당층만 30%에 육박한다. 이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 창당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인 그룹만 정치권에 약 10곳이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약 10개 그룹, 창당 목표로 '꿈틀'





금태섭 전 의원은 오는 9월 쯤 창당해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30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금 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에 대해 극도의 염증을 느끼고 있다. 지난 대선이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비호감 선거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 이유"라며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금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유권자들 사이에 신당 때문에 표가 분산돼 상대편 정당이 이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별로 없다"며 "2012년 이후 유권자들이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를 번갈아 가면서 표를 줬지만 아무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 창당에 실패해왔던)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다음 달 4일 광주 지역간담회를 시작으로 각 지역을 돌며 당 비전과 정책을 가다듬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이 이끄는 '세 번째 권력' 역시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그룹이다. 세 번째 권력은 출범 선언문에서 양당 밖에 있는 제3시민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지도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이 현재 정의당이 추진 중인 혁신 재창당 논의 과정에서 이탈해 아예 새로운 정당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결은 다르지만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도 김남국 무소속 의원과 호남 기반의 신당 창당을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느 진영이든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 대신 창당을 선택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나 전·현직 국회의원, 특정 협회 간부, 원외 정치 모임 등이 활발히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치권 내에 신당 창당이라는 흐름 정도는 형성됐고, 다들 어딘가에서 삼삼오오 개별적으로 모여있는 단계"라며 "양당의 신뢰가 계속 깎여가면 어느 시점을 계기로 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합쳐져 힘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신당,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성공 어려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대당 통합 제안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새로운 당을 창당할 때 세웠던 양당 구도 타파라는 명분을 잊지 않고 어려울 줄 알지만 선거에 임하겠다"며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하는 것보다는 한국 정치가 바꿔야 한다는데 당의 의견을 합쳤다"고 밝혔다. 2016.3.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신당들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있지만 이를 실현할 인물과 비전이 없다면 표가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열풍'을 이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달리 현재 창당을 선언한 인물들의 지역 기반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신당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한 지역구에서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해 거대 양당에 표가 몰리게 만드는 제도다.

21대 총선 직전인 2019년 국회는 소수정당을 우대한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지만 위성정당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해도 일정 기준만 넘기면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 소수정당에 유리한 방식이다. 준연동형은 47석의 비례대표 전체가 아닌 30석에만 이를 적용한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비례성을 높이겠다며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도 두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뒤 흡수통합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여야가 이도저도 합의를 못할 것 같으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데, 병립형은 준연동형보다 기존 정당에 더 유리한 제도"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대 정당에 대한 국민 불만은 굉장히 크지만 현실적으로 (창당을 준비하는 이들이) 김종필 총재와 안철수 의원, 정주영 회장 정도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1등을 뽑는 현재 소선거구제 기반의 선거제 아래에선 제3당이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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