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본회의장 '고성', 김무성 '폭탄주 뒤풀이'…예산전쟁 새벽 풍경

[the300]본희의장 현장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

박경담 기자 l 2015.12.03 15:50
386조4000억원으로 편성된 새해 예산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각종 쟁점으로 여야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본회의가 2일 오후 11시를 넘어 개의됐고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지키는데는 실패했다. 국회 본회의는 회의를 계속하기 위해 자정 직전 차수변경 절차를 거쳤다. 2015.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6년도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개최된 2일, 본회의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행위였다. 자정을 걸친 늦은 시각 진행된 3시간 가량의 본회의장 현장 중 의미 있는 몇 장면을 정리해봤다. 

#1. 김무성 대 사진기자
이날 오후 11시 본회의 개의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장 맨 뒤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일찌감치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김 대표가 갑자기 한 층 위에 있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위에서 자꾸 찍으니깐 핸드폰을 못 보겠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사진기자들은 되려 김 대표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지난 1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당시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김무성·유승민)'라고 적힌 김 대표 수첩 메모가 사진기자에게 포착되며 당·청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법안 의결 도중 '인사청탁 문자'를 받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휴대전화로 검색하다 사진에 찍혀 곤란을 겪기도 했다.

#2. 지역예산 앞에선 초선도 큰소리 '뻥뻥'
본회의 개의 전 새누리당 의원들만 본회의장에 먼저 입장한 가운데 고성이 터졌다.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이었다. 주 의원은 당 지도부에게 다가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구 예산을 충분히 챙겨주셔야죠. 김재경 예결위원장 어디갔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무안·신안 지역 출마를 노리는 주 의원이 지도부에게 지역예산이 적다며 하소연을 한 것.

그러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의원을 향해 "주 의원, 목소리 좀 낮추세요"라고 만류했다. 지역예산을 두고 지도부에게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도 예산안 통과를 논의한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이 있으니 서울의원들은 (선거에서) 다 떨어져도 상관없냐"고 지도부에게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 출석해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된 후 정부측 인사를 하고 있다. 2015.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 내각 나가자 "인사도 안하네"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회를 찾았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들은 주루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내년도 각 부처 예산이 통과됐으니 국회에서 '볼 일'이 사라진 것. 그러자 내각과 가까이 앉아 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도 안하고 가네"라고 볼멘소리를 던졌다. 정부·여당에서 '당·청은 하나다'라고 외치지만 의회권력 대 행정권력의 긴장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 '토론 NO, 표결만 YES'…'동료애'는 어디로
이날 본회의 대미였던 예산안이 통과된 뒤 곧이어 5대 쟁점법안이 상정됐다. 가장 논란이 된 관광진흥법 순서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토론자가 4명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여야 할 것 없이 100명 넘는 국회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나갔고 회의장 좌석은 눈에 띄게 비었다.

20분 넘는 찬반 토론이 끝나자 국회의원들은 다시 돌아와 관광진흥법 표결에만 참여했다. 국회가 법안 처리에 앞서 외친 동료 의원의 마지막 목소리를 외면하며 '동료애 실종'을 보여준 씁쓸한 장면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재원 의원/뉴스1

#5. "재원이, 감자탕 먹고 가라"
본회의를 모두 마친 뒤 김무성 대표는 앞서 걸어가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재원이, 감자탕 먹고 가라"고 했다. 예산안과 쟁점 법안 협상 과정에서 고생한 원내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해 만든 '예산안 뒤풀이'에 김 의원도 초청한 것.

여의도의 한 감자탕 집에서 열린 '심야 뒤풀이'에는 원내부대표단을 포함해 15명 가량의 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 김 대표와 '소맥(소주+맥주 폭탄주)'을 마셨다. 지난해 예산안 통과 직후에도 김 대표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2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12년 만에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된 것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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