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그대에게'가 안철수에게…신해철은 알고있었다?

[the300]신씨 유족, "신해철씨 생전에 안철수 사용 뜻 밝혀"

김태은 기자 l 2017.04.24 15:09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선언 선포식'에서 지지자들과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2017.4.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대선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거 로고송은 뭐니뭐니해도 고(故) 신해철씨의 명곡 '그대에게'다. 노래의 뛰어난 음악성과 대중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위해,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 대통령 후보를 위해 울려퍼지게 된 사연 때문에 더 화제가 됐다.

안철수 후보는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를 통과되도록 열심히 노력해 이 곡을 받게 됐다"고 밝힌 바 있지만 문재인 후보 측 지지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신해철씨가 직접 문 후보의 지지선언과 함께 이 곡을 선사했던 탓에 신씨의 유족이 신씨의 뜻과 어긋난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더300(the300)은 신씨 유족 측과 국민의당 등에 '그대에게'가 '기호3번 안철수와 함께' 불려지게 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대에게'를 안철수에게…'마왕'의 유지= 안 후보가 '신해철법'의 인연으로 신씨 유족으로부터 '그대에게'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신씨가 살아있었다면 지난 대선 직접 곡을 선사한 문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에게 줬겠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신해철법'이나 안 후보에 대한 고마움과 별도로 신씨가 남긴 뜻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했다.

당초 '그대에게'를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하도록 먼저 제안한 것 또한 유족이다. 올해 초 안 후보 측에 연락해 로고송 사용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때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었던 반면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져가던 시기다. 그러나 유족은 고인의 유지를 따라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신씨는 생전에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에게 '다음 대선에서는 안 후보에게 내 노래를 주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즉 신씨가 살아있었다면 건강한 몸으로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에게 직접 '그대에게'를 선사했을 것이므로 유족 역시 '신해철스러운' 결정을 한 것이란 설명이다.

신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이를 암시한 글을 남겼다. 그는 "안철수와 문재인이 나란히 단상에 오를 때 사용한 후 다음 선거를 위해 안 지지자들에게 기증할라 그런건데 티나요?"라며 안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그대에게'를 사용하도록 할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신해철 노래 받았지만 '신해철법' 외면한 민주당= 신씨의 '그대에게'가 문 후보가 아닌 안 후보에게 돌아간 데에는 '신해철법' 통과 과정에서 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외면이 자승자박한 측면도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신씨가 갑작스러운 의료사고로 사망했을 때 문 후보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그러나 '신해철법' 통과가 난항을 겪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지원 움직임은 없었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 상정조차 기약없이 미뤄졌고 공청회를 열겠다고 약속한 민주당 의원은 이유도 없이 약속을 어겼다. 또 문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의사회 행사에서 '신해철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유족들도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다시피했을 때 유족에게 손을 내민 것이 안 후보였다. 의사 출신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이었던 안 후보는 2016년 초 유족을 만나 반드시 이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신해철법' 통과를 국민의당 당론으로 정해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처리를 밀어붙였다. 신씨의 부인인 윤원희씨는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 후보와 나란히 '신해철법'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족 관계자는 "고인의 뜻이나 인지상정이라는 면이나 결국 '그대에게'는 순리대로 안 후보에게 간 것"이라며 "신해철은 죽은 후 누가 자기를 도울 줄 알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국민대표로 참석한 故 신해철 부인 윤원희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5.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해철 목소리 복원한 새로운 버전 '그대에게'= 안 후보의 로고송은 신씨의 라이브 음성을 복원해 새롭게 녹음했다. 넥스트와 신씨 음향을 담당했던 성지훈 프로듀서가 신씨의 작업 컴퓨터에서 그가 남긴 파일들을 수개월에 걸쳐 복원한 것이다. '민물장어의 꿈'은 신씨가 집에서 녹음한 테스트 파일에 담긴 목소리를 담았다.

반주 역시 새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데빈'이 고인이 남긴 라이브 음원에 맞춰 기타 부분을 다시 더빙했다. 그밖에 악기들도 메트로놈이 아닌 신씨의 마이크를 타고 들어온 당시의 반주를 분석해 싱크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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