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리뷰]낙관도 비관도 이른 '노딜'…韓 역할 커지고 고민 늘었다

[the300][런치리포트]빈손으로 등돌린 북미, 중재역할 본격화되는 한국

오상헌, 김성휘, 최태범, 하노이(베트남)=최경민·김평화 기자 l 2019.03.04 09:53

편집자주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기대와 달리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대화의 끈은 이어지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중재 노력이 한층 더 중요한 지점에 왔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고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낙관도 비관도 없는 노딜 하노이…文 움직인다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①북미 상호 자극않는 국면, 靑 "정확한 진단 먼저"..4일 NSC 전체회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방안을 점검한다.

한반도 질서의 분수령으로 여겼던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협상 이후 북미의 자세는 낙관도, 비관도 허용하지 않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한층 더 요구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NSC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에게서 각 부처별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일 밝혔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주재는 지난해 6월14일 이후 9개월만이다. 당시에도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회의를 열었다.

하노이에서 다시 연 북미 정상회담은 예상밖 '노딜'로 끝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 핵심 대북제재의 해제를 노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영변 외 다른 시설도 알고있다며 '딜'에 응하지 않았다.

66시간을 달린 북한의 특별열차는 돌아온 길을 되짚는다. 130시간의 여정에 묵직한 선물 보따리는 없다. 다음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영변 이외의 카드인 '비욘드 영변'은 무엇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미 당국자가 말했듯 아직 뿌연 '먼지'가 자욱하다. 김 위원장은 "미국 계산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북한 참모들이 한국 등 세계 언론에 털어놨다.

여기까지라면 하노이 회담은 실패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어떤 협상이든 깨지면 격렬한 상호비난 등 '블레임(blame) 게임'이 펼쳐진다. 북미는 서로 자극하지 않는다. '노딜'부터 나흘째인 3일 현재 각자 자국에 유리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선을 넘진 않았다. 명백한 메시지 관리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후 2일(현지시간) 미국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집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어떤 경제적 미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린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이 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3.01.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북미 어느 쪽도 단번에 비핵화가 될 걸로 여기지 않았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그 이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부터 긴 여정(long journey)이 화두였다. 하노이 또한 그 여정의 초입이다. 북미 정상의 첫 대면과 만찬(27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28일)을 거치며 서로의 패도 많이 알았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게 숙제다.

미·소 핵군축과 냉전종식 과정에 레이캬비크(1986)와 몰타(1989)가 있었다. 둘 다 협상장을 걸어나오던 시점에선 실패한 만남이었다. 그러나 레이캬비크의 자양분은 1987년 군축 합의라는 열매를 맺었다. 몰타에선 "세계는 한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평화로 향하는 긴 여정의 시작에 있다"는 공동회견이 합의문 수십장 못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냉전 종식이다.

남북미는 한반도 새 질서 구축을 이미 시작했다. 돌아갈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의 중재 공간도 다시 열린다. 김의겸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 평가와 문 대통령 중재 계획에 대해 "지금은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며 "바둑으로 치면 복기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과 접촉하고 북한과 접촉해 북한 입장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사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제했다. 2019.02.28. (사진=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SNS 캡처)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달랐던 '비핵화' 셈법..'노딜' 불사한 트럼프, 순진한 김정은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②'완전한 비핵화' 이견 노출…트럼프, '노딜'로 美식 비핵화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오전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베트남 초대 주석 묘소를 찾아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 양측 간 달랐던 비핵화 셈법,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빈손'을 각오하고 나선 협상에서 '영변'만 제시한 북측의 무능이 하노이 '노딜'(no deal)을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노딜'로 끝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지난 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 등을 종합해 보면 북측이 요구한 것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따른 핵심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였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한 이후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 카드는 애초에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북측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면 미국이 '종전선언 플러스 알파'를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제 조건 자체가 틀렸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하나만으로 전면적인 경제제재 완화를 달성할 생각밖에 없었다.

북미 간에는 흥정(북핵 협상)의 기본인 비핵화 정의와 개념에서부터 해석이 갈렸다. 그러다 보니 폐기 대상인 영변 핵시설의 '가치'도 달리 매겼다.

북측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 이행 조치로 봤다. 핵실험을 멈췄으니 경제제재를 풀어주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셈법이었다. 반면 미국은 핵시설(미래 핵) 외에 핵물질(현재 핵)과 핵무기(과거 핵)까지 폐기하거나, 최소한 전체 그림(로드맵)을 그려야 비핵화로 볼 수 있다는 도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한 비핵화 업적'을 남기고픈 인물이다. 영어로 발음도 어려울 '영변 핵시설 폐기' 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모든 핵시설 폐기-핵무기 반출이라는 완전한 비핵화를 임기 내에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그래야만 재선을 위한 확고한 업적을 쌓을 수 있고, 노벨 평화상에도 근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이 '영변 폐기-경제제재 완화'만 주장하는 가운데서도 '북미 정상회담'부터 애드벌룬을 띄웠다. 지난해 말부터 거듭 "김 위원장과 2019년 1~2월 중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톱다운 담판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플러스 알파'에 확약을 하지 않는다면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회담전부터 연일 "서두를 필요없다"고 해온 게 그 증거다. 약간의 비난을 받겠지만, 충격 요법으로 거래의 마지노선을 정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카드가 '노딜'이기 때문.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세팅하자 자신들의 뜻이 관철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베트남까지 6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간 이유다. 경제적 성과의 선전효과 등 '하노이 대장정'의 이면에는 딜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하노이 현지 실무협상 결과 종전선언 및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정상 간 핵담판 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이 예상대로 '영변 카드'를 꺼내자 △핵 리스트 제출 △고농축 우라늄 시설 해체 △영변 외 기타 핵시설 해체가 돼야 그 정도를 해줄 수 있다고 역제안하며 플랜A를 가동했다. 김 위원장이 "그 정도는 준비가 안 됐다"고 하자 곧바로 플랜B를 택했다.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마련하라'는 협상의 기본원칙도 못지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차례 미국이 회담을 물렸던 것의 학습도 안 한 순진함이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딜' 카드에 대응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 비핵화'를 준비하지 못했고, 결단하지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예상대로 미국 조야와 언론으로 부터 비판을 받는 출혈이 있었다. 하지만 정적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노딜'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평했다. 북측이 경제제재 해제를 받고 싶다면 핵 리스트 제출 등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를 가져와야 함도 분명히 했다.

'경제 총력'을 앞세운 김 위원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왕복 130시간의 '철도 대장정'으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려했던 계획은 자충수가 됐다. 정세도 시간도 자신의 편이 아니다. 확실한 미국식 비핵화 조치를 결단하지 않고서는 후속협상을 세팅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화려한 등장, 쓸쓸한 퇴장…'빈손' 김정은의 4박5일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③용두사미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열린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이 취소된 후 멜리아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박5일 베트남 하노이 일정은 이 단어 하나로 설명된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떠나는 뒷모습은 쓸쓸했다.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담 전까진 전세계가 김 위원장에 주목했다. 주인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회담 후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확 줄었다. 김 위원장은 남은 일정을 최소화하고 서둘러 짐을 꾸렸다. 자신만의 세계인 평양으로 향했다.

◇프롤로그, 기대감 고조=한참 전부터 요란했다. 김 위원장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달 15일 일부 대표단과 함께 하노이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일보다 12일 먼저 도착한 것.

그는 김 위원장의 숙소, 회담장 후보지 등 하노이 구석구석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가 어딘가를 찾았다는 소식 자체가 뉴스였다.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타이응우옌과 박닌 경제구역,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이 방문 후보지로 거론됐다. 하노이 밖으로는 하롱베이, 하이퐁, 박장성 북한군 조종사 묘역 등에 관심이 쏠렸다. 취재진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야경투어에 나설 것도 대비했다.

◇첫째날, 화려한 등장=지난달 26일 오전 8시13분(현지시간).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 특별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첫 발을 디디는 하차 장소엔 레드카펫이 깔렸다. 김 위원장은 꽃으로 치장된 '꽃길'을 걸으며 베트남에 입성했다.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나갈 길을 통제했다. 베트남 시민 수천명이 인공기를 흔들며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10시57분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첫 공식 일정은 하노이 주재 북한대사관 방문이었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했다. '핵 담판' 하루 전 날 '식구'를 먼저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대사관 안에선 '만세' 소리가 수차례 퍼져 나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베트남, 그리고 전세계가 주목했다. 첫날, 화려한 등장이었다.

◇둘째날, 신중한 첫만남=신중했다. 김 위원장은 첫날 북한대사관 방문 이후 정상회담 첫 날인 지난 달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전까지 호텔을 떠나지 않았다. '유치원 방문설'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의 핵심 외교·경제 참모들은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방문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하는 행보였다.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인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장 시찰은 기정사실이었다.

오후 6시30분. 드디어 두 정상이 만났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회담, 3+3 친교 만찬을 가졌다. 회담은 약 2시간18분 동안 진행됐다.

자신감이 가득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단독회담) 3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셋째날, 디데이의 반전=지난 달 28일 공동합의문을 내기로 한 '디데이'가 밝았다. 두 정상은 오전 8시55분 단독회담을 시작했다. 반전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회담이 진행될 수록 양쪽의 카드가 엇갈렸다.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협상장에서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표정엔 그늘이 가득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더 이상 그를 향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온 그는 다시 두문불출했다. 남은 일정은 최소화했다. 시찰도 관광도 사라졌다.

◇넷째날, 베트남이라도…=북미정상회담 하루 뒤인 1일. 김 위원장이 머무르는 멜리아 호텔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대형 이벤트가 끝난 뒤 주민들의 관심도 전보다 줄었다. 김 위원장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25분에서야 숙소를 나섰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베트남 인사들과 악수를 나눌 때는 가끔 웃음을 지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한 터였다.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반응을 보며 김 위원장이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최 부상의 전언 그대로였다.

◇다섯째날, 씁쓸한 퇴장=김 위원장은 2일 오전 9시30분 멜리아 호텔을 떠났다.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묘로 향했다. 묘역에선 베트남 군 의장대가 묘역으로 가는 길 양옆에 도열했다. 베트남 군 의장대가 '영웅전사들을 추모하며 김정은'이라고 적힌 대형 화환을 들고 앞장섰다.

김 위원장의 뒤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수행단이 따랐다.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 묘역을 떠났다. 곧바로 동당역으로 이동해 평양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다. 씁쓸한 퇴장이었다.




'비핵화 테이블' 언제…韓 역할 커지고, 고민 늘었다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④ '이도훈-비건' 채널 이번주..文 4일 NSC주재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정부가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등을 돌린 북미의 중재자 역할을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장관급 대면과 한미 정상회담 추진 등 각급 공조 채널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남북간 물밑 접촉도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보라인을 가동하거나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촉진자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의 부담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2차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는 비핵화 방안과 대북제재 해제 논의가 오가는 등 판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르면 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날 계획이다. '노딜'(합의 무산)로 끝난 북미 협상의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한미 공조의 시발점이다.

북미 실무협상을 조율했던 비건 특별대표는 이 본부장과 만나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핵 관련 한미공조 방안을 협의하면서 특히 한국의 역할을 집중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은 비건 특별대표에게 북미 대화 재개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칠 전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지난 1일 전화통화를 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직접 만나 한국의 가능한 역할 등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장관의 구체적인 회동 시기도 협의하기로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 장관이 한미간 긴밀한 소통을 강조한 데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 직후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과 대화를 통해 타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중재 역할도 당부했다.

따라서 한미 공조와 함께 남북간 물밑 접촉도 조만간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미 대화 재개나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선 2차 회담 결과를 정확히 공유·진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정보라인간 접촉이 이뤄진 후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이나 이를 위한 대북 특사 파견, 장관 및 고위급 회담이 거론된다.

정상간 직접 만남 가능성도 주목된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재추진하는 것도 의미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무산 위기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깜짝 정상회담으로 출구를 찾은 사례가 있다.

청와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하노이 회담 평가도 유보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북미 회담이 다시 열리고 결실 맺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더 책임감있게 해야되는 입장"이라며 "이번 결과에 대해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미의 입장차가 확인됐고, 판도 이전보다 커진 만큼 더 확실한 중재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선 양쪽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에서 외교·통일·국방부 세 곳의 보고를 각각 청취해 하노이 회담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미, 비핵화 촉진 ‘연합훈련 폐지’ 카드…효과있나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⑤북미대화 끈 유지…北 핵·미사일 억제효과 유지하는 측면도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12.0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무합의)’로 끝난 이후 한미 군당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연합훈련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년 3~4월 실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사실상 폐지하고, 훈련기간·규모가 축소된 새로운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다.

북미정상이 ‘하노이 공동선언’ 도출에 실패한 뒤 비핵화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의 이번 결정이 비핵화 논의에 다시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군 당국은 올해부터 두 훈련의 명칭을 ‘동맹’으로 바꾸고 훈련 규모와 기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비핵화 논의에 다시 불씨를 살리면서 향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미래 연합지휘구조 개편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미의 연합훈련 폐지 조치가 북미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의미는 있지만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카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연합훈련 중단 자체가 굉장히 원하는 카드 중 하나였기 때문에 북미대화를 계속하는데 있어서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박 교수는 “연합훈련 중단이 촉매제는 될 수 있지만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제재완화의 부분적인 딜이나 영변 이외 시설과 원유 등 패키지 딜이 완성되면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누누이 자랑하는 ‘자신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다’의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에게 포지티브 인센티브가 아닌 네거티브 인센티브 같은 것”이라며 “북한이 무엇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미사일 실험 등 무엇을 못하게 하는 명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 센터장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면 북한에 핵·미사일 실험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며 한미가 지금의 판을 깨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연합훈련 폐지가 국내 안보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비핵화 촉진 조치라고 하지만 누구도 장담 못할 것”이라며 “작년 연합훈련을 유예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비핵화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는 동안 북한은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는데 (연합훈련 폐지로) 우리 억제력은 줄어들고 있다”며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략자산이 안 오고 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北 '빈손회담' 후 7년前 김정은 판문점 시찰 알리는 이유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⑥北선전매체 "金판문점 시찰 후 남북관계 놀라운 변화"...북미 대화 '지렛대' 메시지?

【랑선(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2019.03.02.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대외 선전매체들이 2012년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방문 7주년 사실을 3일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을 처음 찾은 이후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공동 선언, 이어진 9월 평양 정상회담 등 획기적인 남북관계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촉진자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역사의 땅 판문점에 불멸의 자욱을 새기신 때로부터 7년이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의 오늘, 메아리 등 다른 대외 선전 매체들도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2012년 3월 당시 김 위원장의 첫 판문점 시찰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군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한 후 판문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화력 타격으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전했다.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셈이다.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의 북한 대외 매체들의 이날 보도는 당시완 톤이 확연히 달랐다. 남북관계 개선과 자주통일 등의 표현에 방점이 찍혔다. 우리민족끼리는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시찰이 놀라운 전변(변화)을 가져왔다"며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대전환 방침과 관계 개선, 자주통일 위업의 과업과 방도를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 판문점 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해 마련된 4. 27 선언에는 통일문제를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는 투철한 관점과 입장, 든든한 배짱과 자신심이 그대로 비껴 있다"며 "발표되자마자 온 겨레의 폭풍같은 환영과 지지를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지난달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무산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간다.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역사적인 남북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나가자"라는 글도 실었다. 북미 관계 경색 국면에 대비해 남북관계와 남북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대남 유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 회담 무산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대미 메시지로도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합의 무산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적극적으로 중재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들도 '빈손'으로 끝난 북미 회담 무산 사실을 사흘째 보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겨냥한 비판 보도도 여전히 삼가고 있다. 대신 김 위원장이 베트남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귀국 길에 오른 사실을 전하면서 방문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달라진 북한 매체…김정은 일정 실시간 보도
[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⑦빈손회담에도 미국 비난 없어…'정상외교' 국제사회에 어필 

【서울=뉴시스】베트남 친선방문 일정을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과주석과 환영연회를 가졌다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2019.03.0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의 미디어 보도 태도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와 일정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TV 등 북한 매체에 상세하게 뜬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 회담'에 그쳤는데도 이전과 같은 과격한 대미 비난은 찾아볼 수 없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외교활동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읽힌다. 북미 협상의 동력을 어떻게든 이어가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인 북한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날 평양으로 출발한 사실을 자세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과시하고 계승·발전시킨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했다.

북미 회담 이후 침울하고 그늘 진 모습이 자주 포착됐던 모습 대신 김 위원장이 활짝 웃는 사진을 주로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도 북미 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빈손 귀국이 불가피한 만큼 베트남 방문 성과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주요 매체들은 앞서 4박5일간 베트남에 머문 김 위원장의 현지 일정을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동당역 환영 행사 모습을 바로 다음날 상세히 전했다.

지난달 28일자 노동신문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첫 날 재회 모습과 만찬장 풍경 등이 담긴 17장이 실렸다. 북미 회담 합의 무산에도 조선중앙통신은 1일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고 헤어졌다고도 했다.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한반도 비핵화·평화에 합의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겨냥한 거친 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1차 회담을 앞두고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자 여러 경로로 미국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대응 대신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또렷하다. 리용호 외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 현지 기자회견이 단적인 예다. 협상 무산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최 부상은 그 이후에도 스스럼없이 한국 매체를 비롯한 언론 카메라 앞에서 북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북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신호는 대외용 선전매체들에서도 감지된다.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의 북한 매체들은 이날 2012년 3월 김 위원장의 판문점 방문 7주년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시찰이 놀라운 전변(변화)을 가져왔다"며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공동 선언, 이어진 9월 평양 정상회담 등 획기적인 남북관계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북미 관계 경색 국면에 대비해 남북관계와 남북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대남 유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 회담 무산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대미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선 지난 1일 노동신문이 북미 확대 정상회담 배석자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협상 무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두 정상을 포함해 북미 확대회담은 '4대3'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날 친교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던 멤버로는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북한이 언론 매체를 활용해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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