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안철수의 '새정치', 마지막 대의명분은

[the300]복지위 모범생, 안철수 새정치 정말 끝났을까

김태은 기자 l 2014.06.02 16:26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초연금법 정부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4.5.2/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담당했던 저에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복지위 모범생'으로 기억됩니다. 

한때 대권주자였고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임에도 복지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대부분 꼬박꼬박 참석하고 웬만하면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성실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임위 회의가 예정 시간을 초과해 늘어질 때면 자신의 발언 순서가 남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에도 안 대표는 자리에 남아 눈을 꿈뻑거리며 회의장을 뜨는 의원들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한번은 안 의원이 구두 뒷축을 꺾어신고 오른쪽 다리를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이분도 지겹긴 하나보다', 혼자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복지위 대표 모범생이지만  제1 야당의 당 대표가 되고 나서는 아무래도 복지위엔 발을 끊겠구나 싶었습니다. 당 대표가 일개 상임위에 참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수많은 쟁점들에 목소리를 내야 하고 더구나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 안팎의 정무적인 일들에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상과 달리 안 대표는 여전히 복지위 회의에도 참석하고 법안도 세 건이나 발의합니다.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과 '신안 염전노예 사건' 등과 관련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제시한 법안들입니다.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가 상임위 활동에 성실히 임했기 때문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결과물일 겁니다.

이쯤되면 칭찬을 받을 만도 한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한국 정치계에는 이상한 문화가 있습니다. 선수(選數)가 높아질 수록, 거물급 정치인이 될 수록, 입법 활동보다는 이른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허세입니다. 그러다보니 상임위 활동이나 법안 발의를 열심히 해도 좋은 평가가 돌아오지 못합니다. 안 대표에게도 그 잣대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습니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 역시 안 대표의 상임위 활동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하더군요. "좀 더 정무적인 발언을 할 줄 알았다"면서요. 기초연금법 등 복지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뜨거운 감자'가 됐던 만큼 복지위 소속 안 대표가 보다 각을 세웠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유력 대권주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반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력일 겁니다. 그러나 입법이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력 정치인이 입법 활동을 내팽개치고 당 장악과 대여투쟁에만 골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인의 모습이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 대표가 정치계에 출사표를 낸 것도 이 같이 국민은 나몰라라하는 투쟁 중심의 정치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안철수'에 바란 것 역시 '선민후당(先民後黨)'의 정치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입법 활동은 '새정치'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정계에서 '안철수'의 주가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과 6·4 지방선거 일부 지역의 공천 문제 등에서 그의 '새정치'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여야를 막론한 세론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정무적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이야깁니다.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선민후당과 입법 활동 중심으로 바라보면 새정치의 싹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물론 안 대표 혼자로만 그친다면 새정치는 '용두사미'가 되겠지요. 안 대표 뿐 아니라 새정치연합 다른 의원들도 바뀌어야 하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지입니다. 안 대표가 단기필마로 제1야당의 당 대표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의 지지 덕분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국회 입성 후 1년간 스스로 실행에 옮겼던 것처럼 국회의원의, 정치인의 가장 기본 자세는 입법과 정책으로 변화를 추구해 가는 것임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지지를 받는 것이 안 대표의 과제입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끝나지 않았다는 마지막 대의명분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아닐까 합니다.





관련 액트타이머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