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지금보다 왼쪽에"…유승민, '서민'을 말하다

[the300]새누리 신임 원내대표 인터뷰 "인위적 부양, 돈만 날린다"

대담=김준형 부국장(정치부장)·정리=김성휘 기자 l 2015.02.04 06:03

3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4일 앞둔 지난달 29일.
 유승민 의원은 ‘발명진흥법 개정안(직무발명보상법)’으로 머니투데이 the300이 선정한 ‘제1회 대한민국 최우수법률상’ 을 받았다. 유의원이 2012년말 발의한 이법은 기업에서 상대적 약자인 직원들이 직무 과정에서 한 발명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해줌으로써 기업과 개인이 ‘윈-윈’할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원내대표까지 오른 여당의 핵심 정치인이면서 이같은 ‘깨알 법률’을 내놓을 정도로 그는 ‘디테일’에 강한 정책전문가이다. 법 제안 취지에서 보듯 그는 사회적 약자,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믿는다.

임기 첫날인 3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유 원내대표는 소신을 유지했다. “저는 국가안보에는 굉장히 보수적이지만 민생분야는 지금보단 왼쪽, 중도로 가자는 쪽”이라며 “새누리당은 먹고살기 어려운 서민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가야 정당으로 존재기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같은 원칙에 벗어나면 청와대나 정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낮은 성장 단계에선 인위적 부양책을 써봐야 돈을 날릴 뿐이다.” 인위적 경기 부양책은 당장 비용이 드는 데다 그것이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확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부양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재정확대와, 부동산 규제완화 등 부양책을 추진해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른바 ‘초이노믹스’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경선 기간 줄곧 ‘변화’를 외쳐온 그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유원내대표는 “차라리 그 돈 있으면 복지에 쓰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고 저도 공감”이라며 “그것이 최경환 부총리 생각과 다르다면 다른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단기부양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면 (2016년도) 예산 편성에서 재정지출 확대에 어느정도 브레이크는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선 이전에 비해서는 증세 논란과 개헌논의 등 핵심현안에 대해 한결 말을 아꼈지만, 정부여당의 경제기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함을 예감하기에는 충분한 말들을 이어갔다.

연말정산 논란을 거치며 정치쟁점으로 부각된 ‘증세 없는 복지’ 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세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지만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했다는 점과, 세금을 올리면서 증세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쯤은 이런 점에서 정부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이라도 맞춘 듯, 몇시간전인 이날 아침 김무성 당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증세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유원내대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김무성 대표이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조나, 증세에 대한 입장 등 경제 관련 입장에는 유 원내대표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유 원내대표는 “장기적으로 중부담 중복지가 목표”라며 “선별적이 되든 어떻든, 진짜 가난한 사람을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돕느냐 쪽에 정책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단, 제 얘기는 거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세금을 진짜 올리느냐, 복지를 동결 또는 축소할 거냐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여서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표와  콤비를 이뤄 추진하는 집권여당의  ‘KY노믹스’는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 유원내대표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뭘 해도 당장은 국민들이 안 믿어주는 게 심각한 문제 아니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정기국회에서 어느 정도 (입법과 정책으로) 결실을 봐야 국민이 믿어줄 것이다. 그 정도로 지금 신뢰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이어  “우리 당이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복지·경제 쪽은 중도로 가야 한다고 김 대표에게 계속 말씀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으로선 어울리지 않게(?)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밑바닥에는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용도폐기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용도폐기까지는 좀 심한 표현같다. 양극화해소나 경제민주화는 짧은 시간 완성되고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성장동력을 찾아 나가는 것은 지속해야 하지만, 양극화 해소나 복지처럼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소홀했던 측면은 바로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원내대표로서 첫 상견례를 했다. 우원내대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이다. 개헌론에 대해 그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개헌 논의는 할 수 있다”면서도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당 안에서 이렇게 입장이 갈리고 있는데 제가 마음대로 (개헌특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분들 만나서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려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고 소개했다.

정부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가 ‘식물’이 되고 있다며 지난달 30일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내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 명의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권한쟁의 심판을 낸 바 있다. 

‘당론’과 달리 일관되게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했던 유 원내대표로서는 난처할 노릇이다. 유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장점이 많은 법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의사일정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개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야당이 반대하면 한 자도 못 고치니…”

 “경선한 게 언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취임 첫날부터 강행군에 들어간 유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 이후를 묻자  “원내대표를 잘 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라는 모범답안이 돌아왔다. 그는 “당의 변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면 큰 보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인터뷰


-'증세없는 복지'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나.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야당 주장대로 (무상복지 확대)하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여당은 증세 없이 복지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양쪽 다 주장이 잘못됐다.
어차피 정부가 2016년 예산안 부수 세법을 갖고오게 돼 있으니 당장 당이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1년 내내 논의해서 연말 정기국회에 어느정도 가닥을 잡아야 한다. 그대신 논의는 지난 2년보다 훨씬 솔직하게 해야 한다. 국민들이 만약 세금 더 내기 싫으니 복지 그만해라 한다면 그만 해야 한다.

-본인의 소신은 '중부담 중복지'가 맞지 않나.
▶우리나라 장기적 성장 전망, 고령화 추세 등을 보면 유럽 국가처럼 고부담 고복지는 갈 수가 없다. 그러나 저부담 저복지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복지는 투자'라는 시각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복지지출이 소득으로 연결되고 소비로, 또 성장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는 건 분명한데 그 고리가 얼마나 강할까는 전문가들도 생각이 다를 것이다. 저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소득주도 성장'이란 말이 100% 분명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소득세·법인세와 함께 세제의 주요 축인 부가가치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부가치세세엔 장단점이 있다. 세수를 올리는 데는 효과적 방법임에 분명한데 굉장히 역진적이다. 아주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똑같은 세금을 내서 누진 원칙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자동차세 주민세 인상도 논란이다.
▶지방세든 국세든 국민은 다 세금으로 받아들인다. 연말정산으로 난리 났는데 그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정부가 전반적 차원에서 세금 어떻게 할 거냐 밑그림이 없어서 에러가 자꾸 발생하는 듯 하다.

-그런 밑그림도 당이 같이 협의해야 하는 것이냐.
▶당연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 중심이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민심을 듣고 그 목소리를 전달하는 걸 저희만큼 잘 하는 사람들 없을 것이다. 당이 국정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은 당이 (국정에) 참여해서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당청관계 변화다.

-김무성 대표의 경제철학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조나, 증세에 대한 입장 등에서 유 원내대표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오늘 아침에도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이라는 말을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이야기했는데, 입이라도 맞췄나. 이른바 'KY노믹스'는 어떤 모습이 될까.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뭘 해도 당장은 국민들이 안 믿어주는 게 심각한 문제 아니냐.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정기국회에서 어느 정도 (입법과 정책으로) 결실을 봐야 국민이 믿어줄 것이다. 그 정도로 지금 신뢰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

-유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개념과 맞닿은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용도폐기한 것 아닌가.
▶용도폐기까지는 좀 심한 표현같다. 양극화나 경제민주화는 짧은 시간 완성되고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창조경제든 경제활성화든 어떻게 성장동력 찾아나가느냐는 그것대로 좋고 계속 해야 한다. 그러나 양극화나 복지나 이런 부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소홀했던 측면은 바로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

-선거구 획정 등 정개특위 구성은.
▶선거법 개정이나 선거구 개편 등에 대해 빨리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입장은.
▶저는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했던 사람이고 장점 많은 법이라고 본다. 다만 식물국회라는 오명 들을 정도로 일을 진행을 못 시키는 문제는, 찬성했던 사람으로서 좀 열린 마음으로 개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개정하려 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한 자도 못 고치니 아주 어려운 숙제가 있는 것이다.

-친박·친이 등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계파갈등에는 어떤 입장인가. 이른바 쇄신파나 친이계와는 소통이 잘 되나.
▶개혁적 성향 가진 분들하고는 늘 소통하고 있다. 우리 당이 2008·2012년 공천학살때문에 전·현 대통령 이름으로 계파가 생기는데, 우리 당이 잘 되려면 이젠 정책 노선으로 '좀더 오른쪽', '좀더 왼쪽' 노선으로 계파가 생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성숙된 모습으로 빨리 가야 한다.

-정책적으로 이것 하나만은 임기내 하고 싶다는 과제를 하나면 꼽자면.
▶하나만 꼽지 못하겠다. 기본적으로 세금이든, 비정규직이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든 어려운 분들한테 새누리당이 가까이 갈 수 있는 정책이라면 좋겠다. 백화점식으로다 할 순 없겠고 골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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