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존치' 여부에 목 맨 법조계, 이면의 '밥그릇' 싸움

[the300][런치리포트-힘얻는 사시존치론⑤]밥그릇 전쟁의 시작

유동주 기자 l 2015.07.29 05:55

사법시험 존치 논란은 '사회 계층 이동 통로'라는 명분을 두고 벌어지고 있지만, 이면엔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법조계의 '밥그릇 다툼'이 존재하고 있다.

◇ 3 : 1 의 세(勢) 싸움...복잡한 이면 구도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경력 10년차 이상 정도의 '경력변호사', 그 미만 경력의 '청년 변호사'를 합쳐 1만 5000명의 변호사들이 사지존치 논란의 가장 큰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수천명의 사법시험 수험생들과 고시촌 주민들도 사시존치 쪽에 서 있다.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은 6000명 수준, 재학생들도 3개 학년 전국 25개 로스쿨에 6000명 정도다.


통상 `청년 변호사`라 하면 연수원이든 로스쿨이든 `초년병`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일수 있지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최근 까지도 `청년 변호사`라는 용어를 연수원 출신 경력 `5년 이하`이거나 `40세미만`에게만 사용했다. 로스쿨 출신의 20~30대 변호사들은 변협의 시각에서는 `청년 변호사`가 아니라 `로스쿨 변호사`로 분류됐다.  


물론 이해가 교차하는 인원도 적지 않다. 경력 변호사들 중에서도  로스쿨 제도에 찬성하며 사시를 폐지하는게 로스쿨 안정화에 기여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반면 로스쿨 출신 중에서도 사시 유지에 대해 우호적인 부류가 적지 않다.  사시생 출신 로스쿨 졸업생이나 재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밥그릇`관점은 더 복잡


법조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관점을 좁히면 구도는 오히려 복잡해진다. 주로 대표변호사인 경력 변호사와 피고용 상태가 많은 청년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로스쿨 출신들도 입장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등록변호사 수가 2009년 1만1016명 수준에서 2012년 부터는 로스쿨 변호사 배출이 시작돼 한해 2500명(연수원 1000명+ 변호사시험 1500명)이 늘면서 변호사 업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는 2만명을 넘어섰다.

 

`청년 변호사`들은 2009년 로스쿨 개원 전후로 기존 `경력 변호사`들인 사무실 `대표`변호사와 로펌 `파트너`변호사들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초임 변호사 임금문제, 고용계약서 부재, 임신 및 휴가의 자유 등 기본권 문제 해결이 그들의 요구였다. 주니어 변호사들의 근로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생존권 확보 차원이었다.  


결국 이들은 최대 지방변호사회인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자리에 35세의 젊은 변호사를 당선시켜, 변호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청년변호사`들은 로스쿨 변호사가 매년 1500명씩 배출되며 연수원 출신 1000명과 합쳐 매년 2500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경력변호사들도 2012년 부터 로스쿨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끝물 호황기`를 잠시 누리다 중소형 로펌을 스스로 만들어 업계에 도전하는 로스쿨 출신들에게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 지역변호사 1인당 월 수임 건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2건 이하로 떨어진 점은 기존 변호사들의 위기감을 짐작케한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밥그릇 쟁탈전과 생존권


일부 로스쿨 출신들은 `박리다매`전략으로 기존 보다 싼 가격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은 고용단계에서 로스쿨 출신과 경쟁해야했고, 경력변호사 중 개업 변호사들은 이제 창업에서 로스쿨 출신들과 경쟁이 시작됐다.  사시 존치를 둘러 싼 일종의 `밥그릇` 싸움이 간단치 않은 이유다.


사시생들과 고시촌 주민들야말로 생계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다. 사시생들은 내년 1차가 끝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수 많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고시나 시험을 보거나 포기해야 한다. 고시촌 주민들은 사시 인원이 줄면서 이미 고시촌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해왔다. 폐지가 눈앞에 온 지금, 사시 존치 토론회 방청석에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사시 존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로스쿨 재학생들도 최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시존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사시존치 주장은 퇴행적 사고"라며 "변협과 기득권 변호사들이 사시존치라는 미명하에 변호사 배출을 줄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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